일본 야구영웅 장훈 “올림픽 1년 연기” 제안

입력 2020-03-15 11:46
장훈 자료사진. 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에도 2020 도쿄올림픽 강행론 고수했지만, 연기나 무관중 같은 개최 방식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일본 체육계 원로가 ‘1년 연기’를 제안했다.

소신 있게 발언한 주인공은 일본의 야구영웅 장훈(80)이다. 그는 15일 일본 TBS 아침방송 ‘선데이 모닝’에 출연해 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말하던 중 “위험한 일은 자제하는 게 좋다. 1년을 연기하는 쪽이 낫다”고 말했다. 장훈은 1959부터 1981년까지 22년간 일본 프로야구에서 504홈런, 타율 0.319를 기록한 재일교포 2세다.

장훈은 “해외에서 관광객이 오지 않을 것이다. 각국 선수들의 참가 여부도 미지수”라며 “(선수와 관광객이) 만약 올림픽 참여를 위해 찾아온 일본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되면 많은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어려운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을 1년 연장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 맥락을 보면, 올림픽 강행론을 고수하는 일본 정계·체육계에 대한 단순한 냉소보다 흥행 실패, 관광객 감소와 같은 현실적인 악재를 예측해 올림픽 개최를 1년 보류하자는 의견을 제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베 총리는 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틀 뒤인 지난 14일 총리관저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받고 “감염 확대를 극복하고 올림픽을 무사하게,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대로면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오는 7월 24일로 예정된 올림픽 개막을 강행하게 된다.

하지만 일본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장훈 같은 체육계 인사의 발언은 다소 제한적으로 나왔지만, 지식인을 중심으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올림픽 개최 방식을 변경하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무관중 경기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일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의 하라다 무네히코 교수는 전날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에 이미 3조엔(약 34조원)이 투입돼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취소보다는 무관중 경기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간 접촉이 많은 종목인 유도·레슬링의 정식종목 제외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올림픽의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