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의 ‘숨은 권력’으로 불리는 의결권 자문사들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 찬성론이 커지고 있다. 반대로 조현아 전 부회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 연합이 제안한 후보 중 김신배 포스크 이사회 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재계 안팎에선 조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한항공은 “지난 13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을 권고하는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분석을(의결권 권고)를 회원사에 보냈다”고 14일 밝혔다. ISS는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 부문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찬성을 권고했다.
ISS는 조원태 회장 및 하은용 부사장에 대해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경험과 경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사회 규모는 6~1명이 적정하다고 판단했으며 한진칼이 추천한 사외이사 중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대해서도 찬성의견을 냈다.
다만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와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는 “경험이 중복되는 후보자”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이 제한이 이사진 후보군에서는 김신배 포스크 이사회 의장에 대해서만 찬성 의견을 냈다. ISS는 김 의장에 대해 “과거 타사 경영과 사외이사 경험이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3자 주주 연합이 제안한 후보 중 김 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앞서 기업지배구조원도 고객사에 발송한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보고서에서 “한진칼 이사회 안이 보다 기업의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해 찬성 투표를 권고한다”고 밝혔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3자 연합’의 주주 제안 후보에 대해서는 ‘불행사’를 권고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ISS와 기업지배구조원이 잇따라 한진칼과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의결권 자문사들도 이와 비슷한 입장을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등 국내 3개 의결권 자문사와 외국계인 글래스루이스 등도 조만간 권고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고객에 보낼 예정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