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 분노 부른 사우디의 ‘인간 손소독제’

입력 2020-03-14 07:46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한 지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인간 손 세정제’를 배치한 사실이 알려져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우디 아람코 건물 내에 배치된 '인간 손 소독제'. 트위터 캡쳐

10일(현지시간) 트위터에는 마스크를 쓴 남성이 ‘손 소독제(hand sanitizer)’라는 글자가 쓰인 큰 상자에 들어가 건물 이곳저곳을 로봇처럼 돌아다니는 사진이 퍼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석유회사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은 상자를 뒤집어 쓴 남성의 배 부분에 달린 손 소독제 탭에서 소독액을 받아 사용했다.

네티즌들은 사진 속 건물의 특징을 통해 해당 회사가 아람코의 다란 지사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아람코의 행위를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현대판 노예’라고 비판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샤이스트 아지즈는 자신의 트위터의 해당 사진을 게시하고 “사우디에선 아직까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아람코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직업이 절실한 저임금 노동자가 회사가 이런 일을 요구했을때 당연히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부끄러운줄 알아라”고 쏘아붙였다.

이 사실이 알자지라의 보도와 함께 SNS서 확산하자 아람코 측은 트위터를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아람코는 “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지시했고 재발하지 않도록 엄단하겠다. 아람코는 윤리 규범을 존중하고 엄격히 지킨다”며 “본사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비록 위생을 강조하는 취지였으나 이런 학대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