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병동 의료진들이 숙소로 사용하던 한 호텔에서 쫓겨났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자 해당 호텔 회장이 직접 편지를 써 해명했다. 애초 주민 민원을 이유로 호텔이 의료진을 강제 퇴실 조치했다고 알려졌으나, 사실 호텔 내 입점한 예식업체의 반발 때문이라며 사과한 것이다.
13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창원 소재 A호텔 윤모 회장이 쓴 장문의 편지를 촬영한 사진이 등장했다. “그동안 저희 호텔에서 지내시기에 불편함은 없으셨느냐”는 인사로 시작하는 이 글은 최근까지 A호텔에 머물렀던 의료진들에게 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심각한 국가 재난 시기에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차에 창원병원 직원분들의 숙식을 제공할 기회가 주어져 호텔이 추구하는 영리와는 별개로 여러분들을 모시게 됐다”며 “그동안 각 매스컴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의 공포와 위력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아수라장의 한복판에서 병마와 싸우는 여러분들에게 경의와 존경의 심정으로 조금이나마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송구하게도 저희 호텔 내 입점해 있는 예식업체의 강한 반발로 인해 여러분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환난에 더는 동참할 수가 없게 돼버렸다”며 “이 어려운 때에 여러분과 같이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분들에게 따뜻한 잠자리 하나 제공해드리지 못하게 된 것이 참으로 통탄할 일”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임대업주가 개인적인 이익에 대한 집착으로 관공서와 창원병원 측에 (호텔 내 의료진들의) 숙식을 금지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었다”며 “예식 임대 업주를 설득해 이 국가적 역경 극복에 동참시키지 못한 제가 여러분에게 양해와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으로 “창원병원 측의 요청으로 여러분 모두는 가정 혹은 다른 숙소로 옮기시게 됐지만, 어디에 가시든지 긍지를 잃지 마시고 코로나19 종식 시까지 부디 몸 건강히 잘 지내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