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 “중국이 전 세계에 코로나19 방역을 할 시간을 벌어줬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근거를 대지 않은 채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퍼뜨렸을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는 중국 내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자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성과를 대내외에 과시하면서 중국이 코로나19를 세계에 퍼뜨린 발원지라는 책임은 다른 나라에 떠넘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3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전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에서 “힘든 노력을 거쳐 중국의 방제 상황이 이미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생산과 생활 질서가 빠르게 회복되는 추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 인민은 이번 사태를 이겨낼 수 있고 경제사회 발전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인민의 힘든 노력이 세계 각국에 전염병 방제를 위한 소중한 시간을 벌어줬고 중요한 공헌을 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가 최근 여러 국가에서 발생해 우려스럽다”며 “중국은 관련국들과 방제 경험을 공유하고 백신 등을 공동 개발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국가들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미 2000만 달러를 세계보건기구(WHO)에 기부한 등을 언급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확산 국가를 지원해준 중국에 감사를 표하면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인민일보는 전했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지난 9일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중국은 이미 국내의 전염병 확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며 “중국이 기울여온 노력은 인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켰고 각국의 방역을 위해 시간을 벌어줬다”고 밝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밤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미군이 우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가져온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코로나19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에 이어 ‘미군 책임론’까지 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는 미군의 바이러스 전파설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자오 대변인은 또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11일(현지시간) 미 하원에 출석해 독감 증세를 보였던 사람이 사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에서 언제 첫 환자가 발생했나. 감염된 사람은 몇 명인가. 병원 이름은 무엇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자료를 공개하라. 미국은 우리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오 대변은 “레드필드 국장은 미국 하원에서 일부 독감 사망자가 실제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미국은 3400만명이 독감에 걸렸고 2만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는데 이 가운데 몇 명이나 코로나19와 관련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코로나19가 지난해 10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세계 군인체육대회와 연관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었지만, 우한의 병원 당국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트위터에서 “미국에서 독감으로 진단받았던 일부 사례는 실제로는 코로나19였다”면서 “이 병을 ‘중국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것은 전적으로 틀렸다”고 지적했다.
자오리젠 대변인도 지난 4일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멋대로 부르는 것은 중국에 전염병을 만든 나라라는 누명을 뒤집어씌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