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 대란’ 직전 실수로 390만원어치 주문한 호주 가족

입력 2020-03-14 06:11
화장지 박스 위에 올라가 있는 자넷즈키 부인의 딸. 페이스북 캡쳐

호주에 사는 한 가족이 실수로 수량을 잘못 입력해 화장지 390만원어치를 주문했다. 이후 호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가짜뉴스로 인해 ‘화장지 대란’이 벌어져 많은 이들이 휴지를 구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주문 실수를 한 가족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9일(현지시간) 호주 ABC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호주에 사는 하이데 자넷즈키 가족은 온라인으로 48롤이 담긴 화장지 한 상자를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자넷즈키 부인은 48을 상자 수량을 적는 칸에 적어 주문을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휴지 48롤이 아니라 48상자를 주문한 것이다. 48상자는 일반인이 12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자넷즈키 가족은 “집 앞에 놓인 화장지의 개수를 보고 믿을 수 없었다”며 “평소라면 한 상자가 놓여있을 곳에 지게차가 두 펠릿의 화장지 상자 더미를 내려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화장지 대란이 벌어졌고 자넷즈키 가족은 48박스의 화장지를 필요한 이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자넷즈키 가족은 “약간의 마진을 더해 화장지를 팔고 있다”며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금은 딸 수학여행비에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3264달러(약 389만원)어치 휴지는 일반인이 12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페이스북 캡쳐처

화장지 왕좌에 올라 앉아있는 자넷즈키 부인. 페이스북 캡쳐

호주는 ‘화장지 대란’으로 현재 화장지를 구할 수 없다. 화장지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슈퍼마켓과 마트는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급기야 지난 4일에는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한 대형마트에서 화장지를 사려고 다투던 손님들이 흉기 꺼내 들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화장지를 구할 수 없는 이들이 많아지자 호주 다윈의 NT뉴스는 신문 지면의 8개 페이지에 기사를 싣지 않고 화장지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현재 호주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 사망자가 3명이며 한국에서 호주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 중이다.

신문의 8개 면을 화장지로 만든 NT뉴스. 트위터캡쳐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