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국제사회가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세계 각국의 지도부와 국제기구에서 확진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은 12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부인인 소피 그레고어 여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그레고어 여사는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상태는 양호하다”면서 “트뤼도 총리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지만 그 역시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앞서 캐나다 정부는 그레고어 여사가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여 검사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트뤼도 총리는 의심 증상을 보이지 않는 만큼 의료진이 일상 활동을 지속할 것을 권고했으나 예방 차원에서 자가격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까지 154명으로 집계됐다. 감염자 수가 늘면서 캐나다 정부는 개학 연기와 다중 행사 금지, 불필요한 여행 자제 등의 대책을 내놨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만난 브라질 대표단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자신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던 것에 대해 사실은 걱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난 그 어떤 특별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일정 기간 서로 옆에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판정을 받은 브라질 대통령실 소속 커뮤니케이션국의 파비우 바인가르텐 국장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바인가르텐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도 직접 건넸다고 보도했다.
당시 행사에 동행했던 공화당의 릭 스콧 상원의원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코로나19 감염 여부에 대한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백악관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에 증상 없는 환자를 검사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확진자와 오랜 기간 가깝게 노출된 사람들만 자가격리되는 것”이라면서 “대통령과 부통령은 해당 인물과 거의 접촉이 없었고 지금으로서는 검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본부에서도 이날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키라 아주세나 주유엔 필리핀 대사는 각국의 주유엔 대표부에 보낸 공지문을 통해 필리핀 대표부 소속 외교관이 이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알렸다.
아주세나 대사는 “오늘 기준 주유엔 필리핀 대표부는 폐쇄됐고 전 직원에 자가격리 지침을 전달했다”면서 “모든 직원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직원은 지난 10일 발병 증세가 나타나 병원을 방문했으며 전날 유엔본부 건물에 약 30분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유엔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엔 총회, 안전보장이사회 등 공식 횔동을 제외하고 유엔본부 내에서의 비공식 부대행사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일엔 일반인의 유엔본부 방문과 투어 프로그램을 중단키로 했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유엔 인권이사회도 13일부터 제43차 회기의 남은 모든 회의를 취소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3일부터 모든 부대 행사를 취소한 상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