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게임’ 재차 인정한 ‘정의당 비례1번’ 류호정 “부당 취업은 아냐”

입력 2020-03-13 14:14 수정 2020-03-14 03:03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인 류호정 청년 공동선대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 19 민생위기 극복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화제를 낳은 류호정(27)씨가 ‘대리 게임’ 논란에 대해 다시금 해명문을 냈다. 그는 게임사 취업 당시 이력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 등급은 계정 공유가 아니라 제 실력으로 직접 승급해 만든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리 게임이란 타인에게 자신의 온라인게임 계정을 맡겨 등급을 올리는 행위를 말한다. 류씨는 “흔들리지 않겠다”면서 총선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류씨는 12일 늦은 시간 입장문을 내고 “청년 비례대표, IT·게임 업계 출신 정치인으로서 책임이 막중하다”면서 “험난한 여정의 첫 발을 뗀 지금, 저는 익숙지 않은 논란을 감당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저는 지난 화요일 제 개인 SNS 계정을 통해 6년 전 ‘리그 오브 레전드(LoL)’라는 게임의 계정을 공유했던 일을 재차 사과했다”고 ‘대리 게임’ 의혹을 다시금 인정했다. 류씨는 “게임 생태계의 교란 행위는 금전적 이득이 없었더라도 잘못은 잘못이다. 6년 전의 일이지만, 몇 번이고 사과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다만 최근 불거진 부당 취업 의혹에 대해선 “(이력서에 게임 등급을 기재할 당시) 그 등급은 계정 공유가 아니라 제 실력으로 직접 승급해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류씨에 따르면 류씨는 2015년 1월 게임사 모바일개발팀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고, 2015년 12월 정규직으로 전환될 당시 본인의 힘으로 올린 랭크 ‘다이아4’를 적어 냈다. 그는 “잘못된 판단으로 실력에 맞지 않는 ‘다이아5’ 계정을 갖게 되었던 지난날이 부끄러워 1년 넘는 시간 동안 연습해 얻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이력서를 위조해 취업했다면 업무방해의 범죄에 해당할 거다. 의혹 보도를 당장에 멈추고 수사기관에 고발하라”고 덧붙였다.

류씨는 “제 삶이 근본적 변화를 시작한 계기는 직장내 갑질과 성비위, 노동조합 설립과 권고사직 경험”이라면서 “미성숙했던 과거의 실수가 류호정의 ‘제목’일 수 없다. 저의 제목은 ‘젊은노동, 진보정치 업데이트’다”라고 적었다. 아울러 “흔들리지 않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대리 게임 행위에 대한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0~30대가 주류를 이루는 커뮤니티에서는 대리 게임이 젊은 층에서는 심각한 불공정 행위로 여겨지고 있음을 지적하며 류씨가 청년대표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류씨가 주장하는 부당해고가 사측의 입장과 내용이 다르고, 지난해 우정노조를 비하하는 글을 SNS에 올린 점 등을 거론하며 “류씨가 IT계 노동운동의 얼굴이 되는 게 맞느냐“는 날선 지탄을 이어가고 있다.

한 프로게임단 관계자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스포츠가 공정한 경쟁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듯 근래 개개인의 플레이 경험 또한 공정한 스포츠맨십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사소한 대리 행위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꼬집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게임 내 등급은 학우들과 우열을 가리는 기준이 될 정도로 중요하다. 게임을 통해 정정당당한 경쟁을 배우는 것이다. 대리 게임은 그러한 공정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지난 7일 정의당은 4·15총선 비례대표 1번으로 ‘20대 청년대표’격인 류씨를 내정했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5석 가량의 비례대표를 배출할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상 류씨의 국회 입성은 보장된 상황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