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돌발발언에 당황한 日…아베, 트럼프와 50분 긴급전화

입력 2020-03-13 12:43 수정 2020-03-13 13:28
지난해 6월 2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 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국제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일본 안팎에서 오는 7월 예정된 도쿄올림픽 연기론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 정부 내에서 올림픽 개최 연기에 대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연기를 언급하면서 이런 흐름에 힘을 실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1년 연기론이 거론된다.

연기론은 일본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다카하시 하루유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이사는 올림픽의 연내 개최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다카하시 이사는 “올여름 열릴 수 없다면 1~2년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위 이사회 회의는 지난해 12월이 마지막이라 아직 코로나19 사태를 논의할 기회는 없었다”며 “3월 말 차기 이사회까지 조직위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2년 연기가 이뤄지면 2022년 한해에 동계올림픽(베이징)과 하계올림픽(도쿄)가 동시에 열리게 된다. 아사히신문도 13일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올림픽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IOC는 예정대로 개최를 강조하지만, 대회 조직위 내에선 연기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올림픽 연기에 대비한 논의가 서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성 주위를 둘러 파서 만든 못이 서서히 메워지고 있다”는 이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를 원하지만, 코로나19 등 주변 여건으로 막다른 길에 몰리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올림픽 언급으로 연기론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도쿄올림픽 개최 관련 질문을 받고 1년 연기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어쩌면 그들(일본)이 1년간 연기할 수도 있다”면서 ”1년 늦게 연다면 무관중으로 치르는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의향을 아베 총리에게 권하겠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그들은 매우 영리하다”며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13일(한국시간) 오전 9시쯤부터 약 50분간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전화 회담을 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도쿄올림픽 1년 연기 구상이 전화 회담에서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일본 정부는 설명했다. 스가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기 발언을 두고 “예정대로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직위원회, 도쿄도(東京都)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겠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고 답변했다.

도쿄올림픽은 오는 7월 24일 개막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26일 후쿠시마현의 축구시설인 J빌리지를 시작으로 일본 내 성화봉송을 시작하면서 올림픽 분위기를 고조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올림픽 성화봉송도 무관객으로 진행하는 등 차질이 벌써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성에도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포기 않는 이유로 경제적인 이유가 꼽힌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 다케나카 헤이조 도요대 교수는 지난 9일 일본 매체 ‘프레지던트’와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 취소를 최종 판단하는 주체는 일반적으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여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보험금을 탈 수 없게 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IOC가 중지 권고를 해야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며 “일본 스스로 올림픽 중지를 결정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SMBC닛코증권은 도쿄올림픽 개최가 중단하면 약 7조8000억엔(약 88조원)에 달하는 경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쿄올림픽 개최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IOC도 난감한 상황이다. 올림픽을 취소하면 운영 자체에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핵심은 방송중계권료다. 미국 NBC유니버설은 올림픽 경기의 미국 중계권료로 11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한 상태다. IOC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IOC는 전체 수입의 73%를 방송중계권료에서 얻고 있다. 현직 최장수인 딕 파운드 IOC 위원(캐나다)은 최근 인터뷰에서 오는 5월 말까지는 개최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도쿄올림픽을 강행하지 않는다면 가을 개최나 1년 연기, 2년 연기 등 선택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조직위 반응 등을 종합하면 현재 가장 유력한 옵션으로는 1년 연기 방안이 꼽힌다.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면 이 같은 방안을 선호한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 내에선 예정대로 개최하기 어렵다면 아베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계를 살려 미국에도 유리한 1년 연기 방안을 (미국과) 공동 제안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