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고 적극적인 정부대책으로 신뢰 심어줘야”
춘삼월, 세계 경제는 한겨울로 접어들었다. 얼마나 추울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석달 만에 ‘퍼펙트스톰(경제 악재의 동시다발적 출현)’으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인정은 사실상 ‘세계 경제의 파티는 끝났다’는 신호탄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미 세계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들어갔다고 진단한다. 가뜩이나 경기 하강 조짐을 보이던 한국은 충격파가 더할 수 밖에 없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한계기업과 저소득층 가계들의 ‘도미노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쓰러지지 않고, 최대한 버틸 수 있는 정책·심리적 지원이 적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중국의 선례를 감안할때 르면 5월쯤 경기가 바닥을 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물론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진정된다는 전제하에서다. 본보는 12일 금융 전문가들을 통해 코로나19의 팬데믹에 따른 향후 경제 향방을 짚어봤다.
전문가들은 현재 처한 글로벌 경기 상황이 불확실성이 가득한 안개 속에 있는 형국으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물경기 침체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 충격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오늘 국제통화기금(IMF)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긴급 대응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면서 “거기서 나온 첫 마디가 ‘이번 사고(팬데믹 상황)가 항구적인 충격이 돼선 안 된다’고 적혀 있었다”고 소개했다. 생각하지도 못한 충격의 피해가 오래가도록 놔둬선 안된다는 메시지였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경우, 경기하강이 이미 예상된 상황이었는데, 이번 사태로 그 ‘사인’이 명확해졌다. 문제는 얼마나 나빠지느냐다”면서 “일시적 반등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히 네거티브한(부정적인) 국면이 뒤따를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실물 경제 및 금융 위기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최대 리스크(위험요소)는 뭘까. 국내적으로는 취약한 경제주체의 붕괴 가능성이 꼽혔다. 김 교수는 “부채가 많은 한계기업들이 뇌관이 될 수 있다. 도미노 도산 가능성인데, 자칫 금융권으로까지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일부 부채가 많은 기업들이나 경제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심심치 않게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대표는 세계 경제 차원에서 중국의 부채 문제, 미국의 셰일가스 관련 정크 본드들을 리스크로 지목했다.
패닉에 빠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는 감염확산 통제가 우선 꼽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차단이 안될 경우, 대면소비 축소 문제가 심화되고, 이는 글로벌 가치사슬에 연결된 우리 기업들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 확산 통제가 안되면 다른 정책이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통제가 먼저 이뤄진 이후 경기회복을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중국의 경우, 최근 주식시장이 안정세를 찾았다. 이는 확진자수가 진정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다급하게 내놓는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일부에서 거론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 지급 등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비판이 나왔다. 성 교수는 “지금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대부분 내수진작용이다. 현 상황에서 소비 유도보다는 중소·중견기업,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최소한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일방적으로 돈 뿌리는 정책은 효과를 내기 힘들다. 금융파산 우려 기업에 재원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거들었다.
정부의 과감하고 적극적인 대책도 주문했다. 주 실장은 “5월에 종합소득세를 내는 데 이를 감면해준다면 자영업자들의 경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더러 있었다. 홍 대표는 “자본주의 경제는 심리이고, 심리 안정을 위해선 믿음을 줘야 한다. 국민이 믿음과 기대를 갖게 하는 게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양민철 조민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