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전이라도 “예방 목적 항바이러스제 투여 가능”

입력 2020-03-12 19:59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확진 받기 전이지만 감염이 강력 의심되거나 가족 및 직장 내 밀접 접촉으로 추가 전파 위험이 있는 경우 예방적 목적의 항바이러스제 투여 치료가 가능하다는 전문가그룹의 지침이 나왔다.

대한감염학회와 대한항균요법학회, 대한소아감염학회,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등은 12일 코로나19 약물 치료에 관한 전문가 권고안을 내놨다.

권고안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중 폐렴이 동반된 중등도 이상, 임상경과가 악화돼 가는 환자,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고령자·만성질환자·면역저하자 등에게 항바이러스 투여가 적극 권장된다.

항바이러스제는 진단 후 초기 혹은 가능한 빠른 시점에 투여하는 게 좋다. 대한감염학회 등은 “코로나19가 강력히 의심돼 확진 검사를 시행 중인 중증 환자는 검사 결과 확인 전에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항바이러스제의 노출 후 예방적 목적의 선제적 투여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됐다. 요양원, 요양병원, 고령자 등에서 노출된 경우 발병시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고 평소 유사한 증상이 있어 증상 발생 평가가 힘들고 기침 등 호흡기 증상 외에 비특이적 증상으로 발현할 수 있고 검사 1회 음성으로 감염을 배제하기 어려우므로 노출 후 예방적 목적으로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학회 측은 설명했다.

학회 측은 “가족간 접촉, 직장내(또는 다중이용시설) 밀접 접촉, 의료기관 내 접촉 등 접촉 후 집단 발생이 예상되며 고위험군에게 추가 전파 위험이 있는 경우에도 노출 후 예방적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항바이러스제는 권고되는 약제 중 부작용이 적고 안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우선 투여될 수 있다.

방역당국도 전문가그룹의 권고를 치료에 활용할 방침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의료진 판단하에 증상이 아예 나타나지 않는 시점에서도 예방적 약물 투여가 가능하다”며 “전문가 제안을 빨리 논의하고 적용해 사망자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학회가 투여를 권고하는 약제는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로피나비르, 리토나비르) 400㎎, 100㎎을 단독으로 하루 2회 투여할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시럽제도 나와 있다.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은 기존에 코로나바이러스의 생체 내외 실험에서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시켰다는 연구가 있고, 코로나19 관련해 생체 외 실험에서 바이러스 복제를 효과적으로 억제시켰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가 있다.

국내에선 클로로퀸이 유통되지 않아 대신 하이드록시클로로퀸 400㎎을 단독으로 하루 1회 투여할 수 있다. 학회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연구에선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클로로퀸 보다 항바이러스 효과가 훨씬 우수한 걸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칼레트라는 인터페론을 병합해 투여할 수 있다. 인터페론은 단독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중인 렘데시비르는 지난달부터 국내외에서 코로나19 감염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뒤 사용이 가능하다.

학회는 다만 “C형 간염 치료제 리바비린은 이상 반응이 많은 일차 약물로 권고되지 않는다. 다만 일차 사용 권고된 약물들을 사용하기 어렵거나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칼레트라 또는 인터페론과 병합해 쓸 수 있다. 단독요법으론 권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항바이러스 투여 기간은 7~10일이 권장되지만 환자 상태에 따라 단축 또는 연장될 수 있다.

학회는 아울러 “코로나19에 걸렸다 완치된 회복기 환자의 혈장(혈액내 코로나19 항체가 들어 있음)치료도 권고될 수 있지만 병의 위중도와 혈장 채취 시기에 따라 항체의 양은 다를 수 있어 공여자의 선택이 중요하다. 추가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