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공천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급기야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일부 공천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사천(私薦) 논란에 경고장을 던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최고위원회가 재검토를 요구한 지역구 6곳 중 2곳만 경선을 치르는 것으로 결정했다. 통합당에선 황 대표와 김 위원장 간 공천 갈등이 증폭될 경우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황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보면서 현재까지의 공관위 결정 일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모든 공천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총선에서 뜻을 모아서 압승하기 위해선 일부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가 공개적으로 공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황 대표는 공천 논란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강경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4년 전 총선에선 김무성 당시 당대표가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후보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못하겠다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등 공천 파동이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었다.
황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라는 해석도 많다. 황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황 대표는 그동안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당대표로서 자제했던 것”이라며 “이런저런 불만이 계속 나오니까 경고 메시지를 낸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친황교안 후보들이 탈락하거나 경선에 부쳐진 데 반해 김 위원장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공천장을 받았다는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황 대표는 “일부 불공정 사례가 지적되고 있고, 내부 반발도 적지 않게 일고 있다”고도 했다.
통합당 최고위가 재의를 요구한 지역구는 서울 강남을, 인천 연수을, 대구 달서갑, 부산 북·강서을, 부산 진갑, 경남 거제 등 6곳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은 6곳 중 인천 연수을, 대구 달서갑 2곳만 경선을 치르는 것으로 결정했다. 새로운보수당 출신 민현주 전 의원이 단수추천된 인천 연수을은 공천 배제(컷오프)됐던 민경욱 의원과의 양자 경선으로 재의결됐다. 이두아 전 의원이 단수추천된 대구 달서갑 역시 홍석준 전 대구시 경제국장과의 양자 경선으로 변경됐다. 현역 곽대훈 의원의 컷오프 결정은 유지됐다.
사천 논란이 빚어졌던 서울 강남을 지역구를 비롯해 4곳의 공천이 그대로 유지됐다. 김 위원장은 “(공관위 결정은) 거의 만장일치”라며 “이기는 공천, 쇄신 공천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이번 결정을 뒤집을 수 없다. 당헌·당규상 공관위가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한 것을 다시 바꿀 수는 없다.
황 대표가 영입에 공을 들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합류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김 전 대표는 공천 문제가 바로잡히지 않는다면 통합당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김 전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사천을 했는지 여부는 모르겠다”면서도 “누가 보더라도 사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얘기를 듣는 공천은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공천 실패 사례를 거론하면서 “이런 식의 잡음을 일으켜선 선거에 좋지 않다. 그러니까 도저히 용납을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공관위는 서울 강남병에 김미균(여) 시지온 대표, 경기 광명을에 김용태 전 새보수당 공동대표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에선 새보수당 출신 김희국 전 의원과 천영식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경선을 치르게 됐다.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과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도 경선 지역으로 결정됐다.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선 천하람 젊은보수 대표가 공천을 받는 등 호남 공천 결과도 발표됐다.
김경택 심희정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