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직원들이 감염 후에도 일상생활을 열흘 가까이 해온 것으로 나타나 ‘슈퍼 전파’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출근하거나 장보기, 미용실 가기 등 일상생활을 했고 제주도 여행을 한 경우도 있었다. 아직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일각에선 초기 증상이 거의 없거나 미미해 환자들이 감염 사실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초기 증상이 불분명한 특성이 전파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콜센터에서 발생한 확진자가 99명이었다고 12일 밝혔다. 직원이 80명, 가족 등 접촉자가 19명이었다. 이외 9층과 10층에서도 각각 1명씩 확진자가 나왔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114명 늘어 총 7869명으로 집계됐다.
콜센터 확진자들은 지난달 말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대부분 열흘가량 일상생활을 해왔다. 서울시가 확인한 가장 이른 증상일(지난달 25일)부터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8일까지 확진자들의 동선은 다양했다. 부천시에 따르면 콜센터 직원인 40대 확진자는 지난 8일 교회에 들렀다가 마트를 방문했다. 그는 10일 검체를 채취하고 다음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파악된 접촉자는 6명이었다.
다른 콜센터 직원(확진자)이 다녀간 생명수교회에서는 목사와 교인 등 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또 다른 직원 2명은 지난 주말 제주도를 여행했다. 한 명은 7~8일 가족과 여행을 하며 제주도 내 카페·식당 등을 방문했다. 다른 한 명은 7일 혼자 제주도를 여행하며 33명과 접촉했다.
콜센터 직원들이 감염 후에도 활발하게 일상생활을 한 것을 두고 증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제주도를 홀로 여행한 확진자는 “당시 증상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방역 당국도 코로나19에 대해 “발병 첫날 주관적인 증상이 아주 명확하지 않으면서 전염력이나 바이러스 분비량은 상당히 많았다”고 설명했다. 방대본은 환자가 스스로 증상을 의심해서 검사할 정도면 이미 잠복기가 3~4일 지나서 2차 감염이 시작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확진자들이 무증상이었는지, 워낙 증상이 경미해서 인지하지 못했는지, 기저질환이 있어서 아프고 발열이 있는데 코로나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인지 등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역 내 접촉자 분류와 함께 방역 당국은 가족 내 감염도 주시하고 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족이야말로 밀접접촉자임이 틀림없다. 콜센터 직원 중에서도 거주자, 가족 중에 (2차 감염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자가격리 상태에서 (감염 여부를) 확인 중이라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