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90여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에서 고군분투 중인 76세 노의사, 문성환씨가 12일 한 말이다. 문씨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한 달 넘게 북구의 의료현장에서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젊은 의료진과 똑같이 방호복, 마스크, 고글로 무장하고 환자를 만난다. 퇴직을 목전에 두고도 현장을 택한 문씨. 어느 때보다 치열할 듯한 일상을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북구 보건소 소속인 문씨는 지난 1월 말부터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즈음 보건소가 비상근무 체재로 돌입하면서 쉬는 날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8월 퇴직을 앞두고 있지만, 그는 ‘편안한 길’을 마다했다. 대신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인 보건소에서 검체 채취 임무 등 힘들고, 어려운 일을 자청하고 있다.
북구 보건소는 기존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면서 부산 최초로 드라이브스루(승차 진료) 선별진료소까지 열었다. 이는 문씨를 비롯한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씨는 한 달 넘게 쉴 틈 없이 진료를 봐 지쳐있던 상태였지만,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 검체 채취 업무를 자원했다고 한다. “의사 인생 거의 막바지에 코로나19를 만났다”며 입을 연 그는 “방호복을 입고 고글을 쓰고 있으면 숨도 가쁘고 눈도 침침하지만, 생애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며 힘이 닿는 한 끝까지 해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감염 불안감’이 엄습할 때도 있다고 했다. 문씨는 “검체 채취를 하다 보면 의심 환자가 재채기를 하거나 구역질을 심하게 할 때가 있다”면서 “보호복을 착용했다고 하더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그래도 현장에 남아있는 이유는 ‘환자’였다. 문씨는 “눈도 침침하고, 허리도 아프지만 (나보다) 더 힘들 환자들과 의심환자들을 생각하면 내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안전하게 진료를 보더라도 항상 감염 위험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자녀들과 손자도 집에 오지 못하게 하고, 집 안에서도 아내와 최대한 떨어져 지낸다”고 했다.
문씨는 1968년 의사 생활을 시작해 52년간 환자를 돌본 베테랑이다. 개인 병원을 운영하다가 잠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갔었지만, 2018년부터 북구 보건소에서 다시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문씨는 “퇴임하기 전까지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바란다”면서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의료 환경이 바뀌길 희망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