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주목받는 ‘코리아 모델’… “한국처럼 왜 못하나?”

입력 2020-03-12 17:17 수정 2020-03-12 19:39
서울 강서구 이대 서울병원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 12일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다.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하면서 ‘한국식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 주도의 빠른 대응과 시민들의 협조 등을 통해 전염병을 통제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한국은 민주주의가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WP는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두고 ‘독재 정권이 통치와 위기 관리에 있어 우월하다’는 점을 입증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면서 “그러나 사실 민주주의가 공공의 보건을 유지하는 데 훨씬 적합하다. 바로 한국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탈리아가 막연하고 광범위한 이동제한으로 국민을 오히려 혼란에 빠뜨리고, 미국은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감염 위험을 과소 평가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감염자 수치를 축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WP는 “다만 그것은 해당 정부의 잘못이지 민주주의 사회에 잘못이 있는 게 아니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가 중국과 달리 교육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시민 사회에 호소하면서 바이러스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선언하는 자리에서 “코로나19는 통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한국과 중국을 모범 사례로 꼽기도 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간) 제네바 WHO 본부에서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선언하면서 코로나19를 통제한 모범 사례로 한국과 중국을 언급했다. AFP 연합뉴스

그러나 WP는 “한국은 중국처럼 수백만 인구를 억지로 집에 가두고 약자들을 노예취급하며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는 사람을 없애버리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면서 “시민사회가 자발적으로 동참했고 정부는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도시인 대구를 감옥으로 만드는 대신 시민들을 대구에 가지 않도록 설득했다”고 양국의 바이러스 확산 대처법을 비교했다.

미국 내에서는 한국의 코로나19 검사 체계와 검역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미 하원 관리개혁위원회가 연 코로나19 청문회에서는 미국 정부를 질타하는 발언들이 쏟아져나왔다. 정부 측 인사로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버트 레드필드 소장과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감염성질환연구소(NIH) 앤서니 파우치 소장 등 백악관 코로나대책 태스크포스(TF) 핵심 구성원들이 청문회에 참석했다.

민주당 소속 캐롤라인 멜로니 위원장은 레드필드 소장 등을 향해 “한국은 첫 번째 지역사회 전파 사례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6만6000명 이상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았다. 한국은 드라이브스루 검사까지 시작했지만 미국인들은 의사에게조차 검사를 받을 수 없다”면서 “우린 세계를 이끌어 가야할 나라인데 훨씬 뒤처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 가서 이동식 검사소에 검사받고 싶다. 우리는 왜 이런 게 없나? 언제쯤 설치되나?”라고 질문했다.

WP는 “한국 정부는 하루에 1만5000명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를 받고 있으며 올해 누적 21만여명이 검사를 받았다”면서 “광범위한 검사는 확진자 수도 늘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사망자 수는 단 54명으로 치사율이 0.71%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또 “한국 정부는 53개의 드라이브스루 진료소를 설치해 물리적 접촉 없이 운전자들이 감염 여부를 진단받을 수 있게 했다”며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