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졌구나.”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를 바라보는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밀집된 공간에서 하루 종일 말을 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 가까운 자리 직원과 자주 상의를 해야 하고 삼삼오오 식사·휴식을 함께 하는 환경이 집단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문을 닫을 수도 없는 콜센터들은 임시방편이라도 동원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침투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콜센터에 일을 맡긴 원청업체가 최소한의 방역조치와 마스크 지급 등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의 한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는 A씨(33·여)는 12일 “대구에서 난리가 났을 때만 해도 ‘그냥 좀 무섭다’ 정도였다. 그런데 콜센터에서 저렇게 터져버리니까 ‘여기서 1명만 걸려도 우린 다 폐쇄되겠구나’ 하는 현실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환경을 이유로 들었다. 통화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마스크를 쓰고 하루 종일 일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아예 안 쓰는 사람도 있고, 나도 답답하니까 입 밑으로 내리고 콜을 받거나 한다”고 말했다.
콜센터 직원들이 고객과 통화만 하는 게 아니다. 3년간 콜센터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B씨(35·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응대하는 게 맞는지 옆에 앉은 동료와 끊임없이 상의해 가면서 일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평소에는 별 특별할 것 없는 콜센터 직원들의 식사·휴식 문화도 전염병이 창궐할 때는 위험해진다. A씨는 “식비를 아끼려고 대부분 도시락을 싸 오는데 옛날 학교 다닐 때처럼 좁은 책상 위에 반찬을 다 올려놓고 함께 먹는다”며 “아예 큰 양푼에 밥이랑 반찬 다 넣고 비벼서 함께 먹는 일도 흔하다”고 전했다. B씨 역시 “하루종일 일이 너무 힘드니까 밥 먹을 때 만이라도 수다를 많이 떠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점심시간이 제일 위험하겠구나 싶다”고 했다.
콜센터 업체도 나름의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의 한 콜센터 관계자는 “외부방문객 출입금지, 사내교육 금지, 마스크 미착용시 출입금지 등 지침을 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에 업무시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한다. 식사 역시 개별적으로 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역시 강제할 수는 없어 한계가 있다.
이선규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위원장은 “콜센터가 또다른 위험의 외주화 현장이 되지 않으려면 열 감지기 설치, 1~2일 간격 방역, 마스크 지급 등 최소한의 감염예방조치를 원청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우진 정현수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