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에 참신함 입혔다… ‘놀토’ 100회 비결[인터뷰]

입력 2020-03-14 07:00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 이태경 PD. tvN 제공

tvN 예능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놀토)의 이태경 PD에게 100회 소감을 물었더니 뜻밖에도 1회를 떠올렸다. 밤새 회의하던 2년 전 만해도 ‘이게 잘 될까’ 싶었다고 했다. 많은 프로그램이 수시로 없어지는 게 예능판이다. 벅찼던 첫 방송 당시의 감정을 그는 끝까지 안고 가려 한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11일 이 PD를 만났다. “이른 시간이라 힘드시죠?”하며 너털웃음 짓는 그의 첫 마디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영락없는 10년차 베테랑 예능 PD의 여유가 풍겼다. 하지만 그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말을 여러 번했다.

놀토는 노래 가사를 듣고 정답을 맞추면 간식 먹을 기회를 주는 단순한 포맷의 예능이다. 이 PD에게 성공비결을 물었더니 손사래 치며 “1000회 특집이 되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2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편안한 포맷 덕분 아니었을까 싶다”며 “받아쓰기와 먹방이라는 단순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하면서도 참신함을 녹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단순한데 참신하다?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70대 노인이 20대가 입을 법한 옷을 입었는데 그게 의외로 잘 어울려 이질감 없는, 그런 느낌의 방송이면 좋겠다”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 편안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는 요소를 넣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 이태경 PD. tvN 제공

이 PD가 단순함에 참신함을 더한 방법은 자막이었다. 편안한 포맷으로 중년층을 노리고, 재치있는 자막으로 젊은 층을 잡았다. 그는 “한 선배가 예능 PD는 반 보만 앞서나가면 된다고 했다”며 “한 보 앞서면 시청자는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남들과 똑같으면 지루하다”고 말했다.

이 PD의 전략은 통했다. 20대는 “오래된 느낌이 하나도 안 나는 신기한 예능”이라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선배가 다가와 “친한 형의 아내가 병상에 있는데 이걸 그렇게 재미있게 본대. 노래도 제보하고 그런대”라는 말을 전해줬다. 이 PD는 “이게 예능의 힘 아닐까”라며 “시청자를 웃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 정말 가치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침체된 예능 환경 이야기가 나오자 한숨을 쉬었다. 놀토는 세트 예능이라 예방수칙을 지키며 녹화할 수 있지만 주변의 결방 사태를 보면서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 PD는 “이럴 때일수록 예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힘들 때 웃음을 주는게 우리의 일이다. 잠깐이라도 웃으면 내일을 버틸 원동력이 생긴다. 예능이 중단되지 않도록 대안 마련에 힘써야할 것 같다.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예능 PD였던 아버지를 보며 꿈을 키웠다. 문제가 생겨도 늘 유쾌하게 해결하던 아버지를 보며 ‘온 세상이 아버지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예능이란 곧 아버지다. 주변을 따뜻하게 만드는. 그도 꼭 그런 예능 PD가 될 작정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