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Fn터치]팬데믹에 놀란 미 연준, 헬리콥터 머니 장전 준비중

입력 2020-03-12 15:45 수정 2020-03-12 22:24
유럽인의 미국입국 금지로 양대륙 공조 ‘삐걱’댈 듯
코로나 진원지 중국이 해결사로 나설지도 관심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선언과 맞물리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빙하기로 접어들자 주요국들의 경기부양 속도도 빨라졌다. 이제 한가하게 감염추이를 지켜볼 단계는 지났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일주일 간 주요국간 공조가 중요해졌다. 그러나 미국의 유럽인 입국 중단 조치에 따른 충격으로 자칫 두 대륙 간 협업이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중앙은행과 행정부, 의회가 각각 부양책 마련에 나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사용한 처방전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종착지는 양적완화다. 필요하면 헬리콥터 머니(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찍어 시중에 공급하는 것)까지 살포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그만큼 사태가 위중해졌음을 의미한다.

미 연준은 익익물 레포(환매조건부채권) 한도 확대를 통한 유동성 완화→-기준금리 추가 인하→양적완화(QE) 순으로 처방전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게 월가의 관측이다.
레포 한도는 지난 10일 1000억달러에서 1500억달러로 증액했지만 이틀만인 12일 250억 더 늘렸다. 또 500억 달러 어치의 1개월만기 은행 대부방안도 발표했다. 기업들의 신용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은행들의 자금 압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둑(Bank)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음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미 3개월 기준 금리선물과 오버나이트인덱스스왑 레이트의 차이를 나타내는 FRA-OIS가 5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은행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다. 14일물 레포 고래 입찰금액을 200억달러에서 450억달러로 늘린 것까지 합할 경우 미 연준이 오는 23일까지 5000억 달러가 넘는 유동성을 쏟아 붓는 셈이다.

월가에서는 이미 오는 18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까지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리인하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2007년 12월 고안했던 기간옥션대출(TAF·Term Auction Facility)을 재가동할 수 있다. 금리인하 단점을 보완해줄 강장제로 국채를 담보로 1~3개월 동안 현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담보로 삼을 국채마저 부족할 경우 MBS를 담보로 국채를 빌려주는 기간증권대출(TSLF)도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최후의 카드로 거론되는 양적완화(QE)와 관련해서도 매입 대상을 금융위기 당시의 중장기 재무부 채권과 모기지 채권에서 주식이나 회사채로 확대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금융위기 때는 3차례 3조달러 어치를 쏟아부었다.
기업체의 신용경색이 확대될 경우 기업어음(CP) 시장안정책이나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실시하는 회사채 매입프로그램(CSPP) 도입도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에 세금감면안을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의회 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동의 없이도 즉각 시행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재해선언을 고려하고 있는데 당장 4800억 달러를 집행할 수 있다. 이와관련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 세출위원회 소위에 출석해 24시간내에 초기 경기부양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는 유럽은 부양정책이 더 절실해졌다. ECB는 최근 유로화 절상과 유가하락이 맞물리면서 정책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ECB가 이날 기준금리를 현수준인 연 0.5%에서 동결한 것은 이런 한계점을 반영한다. 대신 현재 200억유로인 월간자산매입액외에 연말까지 1200억유로를 증액하고 중소기업 자금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은행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각국의 재정정책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독일 등 유럽연합 정상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잉글랜드 은행은 기업대출 확대를 위해 은행권의 완충자본 이용도 허용키로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해결사로 나선 중국이 이번에도 G2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당시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자 중국은 4조위안(5700억달러) 상당의 유동성을 공급해 숨통을 터줬다. 중국 인민은행은 현재로서는 자국 기업과 은행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대출과 지준율 인하 등 국내 조치에 머물러 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