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돈이 너무 적어서 미안합니다”

입력 2020-03-12 18:00
관악구청 페이스북 캡쳐

기초생활수급자들의 기부 행렬이 네티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대전 서구 월평2동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영구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80대 노부부는 “돈이 너무 적어 미안하다”면서 “몸과 마음이 막막할 때 도움받아 살아왔는데, 우리도 죽기 전에 보람된 일을 하고 싶었다.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사람들한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습니다. 국가에서 매달 받는 생활비를 조금씩 모아놓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성금으로 내어놓은 것입니다.

조수희 월평2동장은 “노부부가 어려운 살림에 안 먹고, 안 쓰고 모은 돈을 선뜻 기부한 정성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며 “나눔을 실천하는 따뜻한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노부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수급자들의 기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9일 서울시 관악구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 A씨는 조금씩 모은 성금 10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그는 직원에게 “자가격리 생활을 하던 중 구청과 주민센터에서 생필품을 넉넉하게 가져다주고 매일 건강과 안부를 묻는 따뜻한 전화를 걸어줘 감사했다”고 말했습니다. 생활고로 목숨을 끊으려 했을 정도로 어려웠던 시절, 생계급여를 받게 되면서 새 희망을 찾았다는 말도 덧붙였죠.

그가 성금과 함께 남긴 쪽지에는 ‘죽을 사람을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살려주셔서 너무 고마워서 적은 금액이라도 기부합니다. 너무 고마워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관악구는 이 돈을 코로나19 피해가 큰 대구·경북 지역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서울 성동구청 제공

서울 성동구 행당2동에 거주하는 뇌병변 장애 기초생활수급자 B씨는 4일 “저도 도움 많이 받고 있고 병원에 있을 때 간호사들한테 도움 많이 받았는데 간호사들이 너무 힘들어한다고 한다. TV를 보는데 지친 간호사들이 컵라면 먹는 모습을 보고 너무 도와주고 싶었다”며 쌈짓돈 20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B씨는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봉투를 건네며 동주민센터를 빠져나갔죠. 동주민센터 조유진 복지담당 주무관은 “주민분들이 쌈짓돈이라도 모아서 동주민센터에 기부해주니 어려운 시기에 너무 감동적이다”라고 전했습니다.

부산 북구에 사는 한 기초생활수급자가 덕천1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을 위해 손수 바느질한 면 마스크 20개를 선물했다. 한 직원은 "그 어떤 보건용 마스크보다 방역 효과가 뛰어난 희망 백신이었다"며 "방역 활동과 자가격리자 가정방문 등 밤낮으로 쌓인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80대 수급자가 집에 있는 천을 활용해 손바느질로 마스크를 20개 만들어 선물한 사연과 지체 장애 5급 판정을 받은 60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강모씨가 암 보험을 깨 118만 7630원을 기부한 사연 등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삶을 사는 이들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타인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선뜻 자신의 것을 내어주었습니다. 이 따뜻한 마음이 코로나19로 신음하는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합니다. 우리도 이분들처럼 자신의 것을 조금씩 내어주면 어떨까요. 그럼,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