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금융시장의 회복 속도가 사스나 메르스 등 과거 감염병 발생 때보다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감염병 때는 최초 확진자 발생 2주 만에 회복세를 보였다.
금융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이달 중 정점을 찍으면 오는 2분기부터 성장 흐름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공식 선언하면서 회복 시기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12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최초 확진 직후(1월 21일) 코스피의 최대 하락률은 -13.6%였다. 앞서 2000년대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감염병인 사스1차(2003년 3월) 때는 -3.2%, 사스 2차(2003년 4월) 때는 -9.3%, 신종플루(2009년 4월) 당시에는 -5.0%, 메르스(2015년 5월) 발생 때는 -4.9%였다. 코로나19때의 충격파가 두드러졌다.
장기금리(국고채 10년)의 경우도 비슷했다. 코로나19의 최대 하락폭은 -47 포인트였고, 기타 감염병은 평균 -22 포인트로 2배 넘게 떨어졌다.
주가 및 금리의 회복 속도 또한 코로나19가 상당히 더딘 상황이다. 다른 감염병 때는 대부분 13거래일 이내에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 30거래일이 훌쩍 지났는데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저점이 어디까지 향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한은이 이날 공개한 ‘2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자금은 26억6000만달러 빠져나갔다. 원화로는 약 3조1800억원에 달한다. 2018년 10월(40억300만달러)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한은은 코로나19에 따른 피해가 소비와 수출, 제조업 생산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관광객 수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피해 확산에 따른 성장률 추락도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과 세계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고,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은은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 주요국의 통화정책 대응,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