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美백악관 홈페이지 ‘오바마 협박글’ 혐의 30대 무죄 확정

입력 2020-03-12 11:14 수정 2020-04-27 11:30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오바마 전 대통령 가족과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를 대상으로 협박 글을 올린 30대 남성이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2일 협박 혐의로 기소된 이모(38)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절차에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한 사정이 있고, 위법한 절차를 통해 수집된 증거된 증거들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이 이를 수긍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16년 7월 새벽 자신의 집 노트북으로 백악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테러선언’ 이라는 제목의 영문 글에 “서울에 있는 미국 대사 마크 리퍼트를 다시 공격할 것” “잘 훈련된 암살자를 다시 준비시켜 핵이 있는 독으로 대사를 죽일 것”이라는 협박성 문구를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둘째 딸에 대한 위협 글을 남긴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각 게시글의 내용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공포심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 만으로는 협박 글이 피해자들에게 도달하기 어려워 미수에 그쳤다고 판단한다”며 협박죄 대신 협박미수죄를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러나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의 노트북과 전자정보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면서 압수대상 제한을 위반해 포괄적으로 공소사실과 무관한 정보를 취득했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압수수색 전반에 걸쳐 관련 절차와 조항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며 “압수수색으로 수집한 증거는 모두 위법 수집 증거로 증거영역에서 배제해야 하고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2심의 결론을 옳게 봤게 봤다.

위법증거수집에 따른 무죄 선언에 법조계에서는 “종근당 판결의 유사 사례”라는 말이 나왔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1년 이뤄진 검찰의 종근당 압수수색에 대해 “디지털 증거 수집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며 압수수색 전체를 취소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