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다큐소설] 청계천 빈민의 성자(4)

입력 2020-03-12 10:10
끊임없이 감시하는 중앙정보부가 나를 흠집 내기 위해 보낸 살로메 같은 여인일 수 있다. 또 내 돈과 여권을 훔쳐 달아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소파에 앉아 날밤을 새우다 깜빡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이 됐다.

서울 종로YMCA빌딩. 6.25전쟁으로 파괴된 모습이다. 파괴된 건물 안에서 소년들이 종로 길을 내대보고 있다. 이 자리에 지금과 같은 YMCA빌딩이 신축된다. 주인공은 그 빌딩 내 일부층을 쓰던 호텔에 투숙하곤 했다.

통금이 풀리자마자 여인을 깨워 나갈 것을 권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은 여인이 말했다.

“당신 남자 맞습니까?”

볼멘소리하는 여인에게 지갑을 열어 돈을 주었다. 그리고 알아듣든 못 알아듣던 한마디 했다.

“나는 당신을 꾸짖을 수가 없다. 하지만 하루빨리 이 생활을 청산하고 새 삶을 살아라. 하나님이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

이날 밤과 같은 일은 자주 있었다. 많은 여인이 내 호텔방문을 두드렸고, 그때마다 거절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한국을 자주 드나들면서 나중에 정보기관원을 통해 안 일이지만 여인의 유혹은 한국 정보기관의 계략이었다.

일본 목사가 청계천 슬럼가를 드나들어 추방 명분으로 삼아야겠는데 그 좋은 빌미는 한국에서 성매매했다고 옭아매는 것이다.

<계속>

글·사진=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