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에 꿈틀대는 ‘개성공단 재가동’…실효성은

입력 2020-03-12 10: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 품절 사태가 빚어지면서 북한 개성공단 재가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해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정부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 봐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전 원내대표와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마스크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 개성공단에서 마스크와 방호복을 생산해 코로나19의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에 대비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며 “당장 북한과의 채널을 열어 개성공단을 가동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개성공단에는 마스크 제조사를 포함해 70여개의 봉제공장이 있어 여기에서 3만여명의 숙련된 노동자가 마스크와 방호복을 생산하면 물품 부족 문제도 해결하고, 나아가 미국 등 코로나19 확산 추세에 있는 나라들도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의원은 이어 “지금 국회에는 지난해 11월 여야 의원 157명이 발의한 ‘한반도 평화경제 구축을 위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촉구 결의안’이 올라와 있다”며 “이 결의안을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켜 개성공단의 마스크 생산이 가능하도록 국회 전체의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 박광온·설훈 최고위원도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개성공단을 활용한 마스크 생산 확대를 제안한 바 있다.

다만 통일부는 당장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에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제반 사항을 고려해 보면 당장 실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그는 “정부는 개성공단이 재가동돼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지만, 중단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 위해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 대변인은 “지금 남북이 방역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면, 남북 인원이 실내에서 만나 밀접접촉을 해야 된다는 상황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중단돼 왔던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 위해선 시설점검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외교가에서는 여권이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성공단 가동 재개를 위해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독자 제재를 둘 다 풀어야 한다. 한국 기업이 전자장비를 들고 북한 측에 올라가거나 북한이 의류나 직물을 수출하면 유엔 제재 위반이 된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에 관여한 제3국까지 처벌하고 있고, 미국의 허락 없이는 미국산 부품이 들어간 물자를 한국 정부가 북한에 건네줄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2월 미국을 방문했던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 대표단에게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유엔 안보리 제재가 해제돼야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남북, 북·미 대화가 막혀있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방안은 미명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일각에선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개성공단을 정치구호화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재가동 여론도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마스크 생산을 위한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은 43.4%(매우 찬성 23.8%, 찬성하는 편 19.6%), 반대는 49.9%(매우 반대 27.0%, 반대하는 편 22.9%)로 두 응답 간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로 조사됐다. 모름·무응답은 6.7%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만1467명에게 접촉해 최종 501명이 응답을 완료(응답률 4.4%)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