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무부 성명에 이어 코로나19 인도적 지원 입장 재확인
‘북한 인권보고서’에 “정부의 지독한 인권침해” 2년 연속 빠져
폼페이오, 브리핑서도 북한 언급 안해…북한 자극 않으려 노력
미국 국무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북한에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데스트로 미 국무부 차관보는 11일(현지시간) 국무부의 ‘2019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데스트로 차관보는 “우리는 물론 북한 주민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유감스러운 상황에 놓인 모든 (북한)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북한이 매우 폐쇄적인 사회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데스트로 차관보는 또 “우리 정부는 북한·이란·중국과 접촉해 도움이 되기를 노력하고 있으며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면서 “우리는 과거 여러 경우 그렇게 (도움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데스트로 차관보는 그러나 “나는 그곳(북한)에서의 코로나바이러스 전파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서 “추측할 수 없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달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북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를 억제하기 위한 미국과 보건기구의 노력을 지원하고 장려한다”며 북한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낙후된 의료 체계를 감안할 때 피해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은 인도적 목적과 함께 코로나19 지원을 통해 북·미 대화의 물꼬를 터보겠다는 이중 포석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내놓은 ‘2019 국가별 인권보고서’의 북한 보고서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미국은 2년 전 펴낸 ‘2017 북한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이 정부의 지독한 인권침해에 직면했다”고 북한 정권을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해 발표한 ‘2018 보고서’부터 이 표현이 사라졌다. 미국 정부는 북·미 대화 국면이 조성된 이후부터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데 수위 조절을 하는 모양새다.
다만, 미국은 ‘2019 보고서’에서 “(지난해) 연말 현재 (북한) 정부는 북한 당국에 의해 불공정하고 부당한 구금을 당했고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2017년 석방된 후 곧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죽음으로 이어진 상황에 대해 여전히 해명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미국은 전년도 보고서에서 웜비어 부분을 거론하지 않아 지나치게 북한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은 또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거론하면서 언론 보도·인권 단체의 보고서·탈북민들의 주장 등을 간접 인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피해갔다.
미국은 ‘2019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나 정부 요원들이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살인을 저질렀다는 수많은 보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정부가 정치범을 처형하고 망명 신청자 등을 강제 송환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보고서 등을 인용해 정치범 수용소에 약 8만∼12만명이 억류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3월에 실시된 가장 최근의 전국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이란·베네수엘라·쿠바의 인권 유린 사례를 언급했지만 북한은 거론하지 않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