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 발굴 유골 5·18 관련 가능성 낮다…국과수 1차 감식 결과 261구로 추정

입력 2020-03-12 08:56

지난해 말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묘지에서 발견된 유골에서 ‘타살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는 1차 감정결과가 나왔다. 5·18민주화운동 암매장이나 행방불명자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골을 감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1차 감식 결과 “총 261구로 추정되는 유골 중 일부에서 자연적 부식에 의해 두개골 구멍이 났을 뿐 타살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지난 4일 광주교도소 무연분묘 유골에 대한 1차 감식 결과를 국과수가 전달해왔다”고 12일 밝혔다. 1차 감식은 무연고자 묘지 합장묘에서 최초 발견 당시 무분별하게 섞여 있던 유골들을 개체별로 분류하고 육안을 통해 확인하는 작업으로 진행됐다.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 묘지에서는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솔로몬 로(law) 파크’ 조성사업 위한 공동묘지 개장작업을 하던 중 신원미상 유골들이 대거 발견돼 5·18당시 암매장 가능성이 제기됐다.

5·18 사적지 제22호인 옛 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시민군과 무고한 시민들이 옥고를 치렀던 곳으로 그동안 계엄군이 희생자들을 암매장한 곳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국과수는 1차 감식 결과보고서에서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신원미상 유골에서 타살·외력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며 “두개골에 뚫린 구멍도 자연적 현상에 의해 생긴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두개골에 구멍이 뚫린 유골이 나오자 5월 단체들은 ‘총상’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었다.

국과수는 또 “연령대가 낮은 어린아이 추정 유골은 부패 상태를 볼 때 1980년 5·18 이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전반적으로 매장한 지 오래돼 구체적 사인을 규명할 수 없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국과수는 타살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핀 1차 감식결과를 토대로 광주시 등이 확보 중인 5·18 당시 행불자 유가족과 DNA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2차 감식 작업에 착수한다.

국과수는 DNA 2차 감식 작업에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와 경찰은 261구의 유골 가운데 5·18 행불자 유골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만큼 DNA 유전자 감식을 통해 이를 철저히 가릴 방침이다.

광주시는 2001년부터 2018년까지 5차례에 걸쳐 5·18 행방불명자 가족 찾기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154가족, 334명의 DNA 혈액정보를 확보해 전남대학교 법의학교실에 보관 중이다.

국과수 1차 감식결과를 통보받은 경찰은 유골 매장 경위와 묘지 조성 과정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