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중단 요구 광주시 VS 합리적 허용 나선 경기도…교회예배 두고 현격한 시각차

입력 2020-03-12 08:02 수정 2020-03-12 14:1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이후 집단감염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개신교 교회들에 대한 광주시와 경기도의 대처방식이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광주시는 교회예배를 당분간 무조건 중단해야 된다는 데 비해 경기도는 발열체크와 집회시 2m 이상 거리유지 등을 전제조건으로 종교활동을 막지 않기로 결정해 대비된다.

광주시는 공무원 파견을 통해 예배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데 열중하고 있지만 경기도는 기독교계와 장시간 대화와 원만한 합의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도출했다.

이에 따라 광주지역 노회장과 장로 등을 주축으로 한 기독교인들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진원지로 지목된 ‘교회예배’에 대해 적극 해명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잦아진 공권력의 가정예배 전환 강요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대책연대 공동대표 맹연환·나학수 목사와 대한예수교장로회 광주지역 노회장 연합회 대표 배병렬 목사 등은 12일 오전 10시 광주시청 1층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기독교계가 정부의 방역대책에 적극 협력하기 위해 많은 교회들로 하여금 자발적 가정예배(인터넷예배)로 대체하도록 했지만 일부 교회들이 교회당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전제한 뒤 “각 교회들의 고유한 신앙적·양심적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회당 예배를 드리는 교회들은 건물 방역, 열화상카메라·열 측정기 설치, 손세정제 비치 등 어느 단체보다 세심하게 자체 방역을 하고 있고, 이마저 예배 횟수를 대폭 줄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예배 이외의 모든 활동을 중단했고 발열 또는 호흡기증상(기침, 인후통) 등 건강상 어려움이 있는 교인들이나 노령자와 영유아는 가정에서 예배드리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해 집단감염을 최대한 예방하고 있는 교회현황도 덧붙였다.

맹 목사 등은 성명에서 “그런데도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교회가 집단감염의 주범처럼 ‘예배를 중단하고 교회당을 폐쇄하도록’ 유무형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 단체장은 주일 교회당예배 현장에 직접 찾아가서 가정예배를 드리도록 강요하고, 일부 단체장은 종교시설을 폐쇄하겠다고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교회는 종교단체로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며 “교회들이 자발적으로 가정예배를 드리든지 혹은 교회당예배를 드리든지 오직 교회의 고유권한”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교회예배 지속여부는 정교분리를 인정하는 대한민국 국민이자 하나님을 믿는 교인들의 양심적 결정에 따라야 하는 영역으로 일부 단체장의 직·간접적인 위협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예배중단 위협은 대한민국의 헌법을 위반하고 종교의 자유를 부정하는 중대한 범법행위로서 이는 공산주의에서나 있을법하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번 또는 두 번 모이는 교회 집회를 집단감염의 잠재적 위험군으로 여기고 폐쇄를 요구한다면,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 집단으로 모여 일하는 관청도 ‘재택근무’를 해야 당연하다는 논리다.

이들은 중대형 쇼핑센터, 대형 언론사, 콜 센터, 수많은 다중 서비스 시설, 대중교통 시설, 국회 회집, 학원과 돌봄 교실 등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는 과연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냐며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성명은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는 기독교계에서 이단 사이비로 결정된 반사회적인 사이비 단체”라며 정통 교회와 구별되어야한다는 점도 엄중히 지적했다.

향후 신천지 집단 감염을 이유로 한국교회 집회를 잠재적 집단감염의 매개체로 몰아가거나 폐쇄하도록 하는 일련의 모든 압력을 단호히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맹 목사 등은 관계당국과 언론에 다음과 같은 4개 항을 요구했다. 구체적 요구사항은 ◇교회예배에 대한 유무형의 압력중단 ◇‘종교집회 자제 결의안’을 통과시킨 국회의 유감 표명과 교회의 ‘양심적 신앙생활’ 보장 ◇이단 신천지에 대한 집단거주지 파악과 강력한 법적 조치 ◇한국교회를 잠재적 감염집단으로 몰아가지 말 것 등이다.

참석자들은 교회의 존재목적이자 생명처럼 지켜야할 신앙적 행위인 교회예배가 집단감염의 원흉처럼 오해를 받고 있어 이 같은 입장을 표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는 대구시민을 비롯한 국민들과 방역을 위해 수고하는 보건당국, 자원봉사자 등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는 입장도 밝혔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8일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지역 내 1000여개 교회에 이용섭 시장 등 공무원이 직접 방문해 ‘교회예배의 가정예배 전환·대체’를 촉구한 바 있다. 앞서 6일에도 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와 긴급 회의를 갖고 집합예배 자제를 호소하고 각 교회에는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광주지역 상당수 개신교회들은 지난 8일 신도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열화상 카메라로 신도들의 체온을 사전에 확인한 뒤 교회예배를 진행했다.

광주시는 5개 자치구에 산재한 전체 1451곳의 개신교회 중 8일 하룻동안 408개(28.1%) 교회가 온라인이나 가정예배 대신 신도들이 교회에 집합해 예배를 가진 것으로 집계했다.

광주지역 공무원들은 자의반 타의반 교회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 노조를 중심으로 ‘기독교 일요예배 자제 캠페인’을 중단해달라고 집행부에 촉구한 것이다. 광주시와 각 자치구 노조 공무원 노조 위원장 등은 이날 오전 긴급 회의를 열고 휴일 공무원을 동원한 캠페인이 온당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후 시 노조와 각 자치구 노조는 시 문화담당관, 각 자치구 자치행정국장 등과 지자체별로 면담을 갖고 오는 15일로 예정된 추가 예배 자제 캠페인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전격 합의했다.

시와 각 자치구는 이에 따라 향후 각 교회의 예배는 저지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은 또 마스크 판매 약국 점검 등 행정력을 동원한 과도한 행정지도 역시 중단해달라고 시장과 각 구청장에게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는 당초 ‘종교집회 전면금지’에서 종교계 입장을 일부 수용해 ‘조건부 허용’ 방침으로 돌아섰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독교계 인사들과 면담을 가진 후 집회 참여자에 대한 발열체크와 손 소독제 사용, 마스크 착용, 2m 이상 거리 유지, 사용시설 소독 등 코로나19 방역·예방 지침을 이행할 경우 집회를 막지 않겠다고 한걸음 물러 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예방활동을 하지 않은 종교시설은 별도 조사해 오는 22일부터 집회금지 행정처분 명령을 내린다는 방침도 굽히지 않았다. 방역과 거리제한 등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집회금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교회예배 등 집회 때 2m 거리두기와 철저한 사전방역 등만 지켜준다면 교회 역시 일반 기업체 사무실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온라인 예배가 아닌 현장 예배를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집회금지 검토는 감염예방을 위한 것으로 종교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감염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수반한다면 종교행사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향후 각 종교시설에 소독제와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지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공무원들을 동원해 일방적으로 광주시내 모든 교회들에 대한 집회금지를 강권하고 나선 광주시와 대조적이다. 시는 본청과 5개 자치구 공무원들에 대해 비상 소집명령을 내려 일요일 오전 공무원들이 담당 교회를 직접 방문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각 공무원들은 ‘오늘은 가정예배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힌 팻말 등을 들고 교회 앞에서 예배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광주시청에 열린 종교자유 침해반대 기자회견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광주지역 노회장연합회와 장로교회협의회, 장로연합회, 개혁주의목회자 협의회 소속 목사 등이 다수 참여했다.

참석자 명단 사회대책연대 공동대표 맹연환·나학수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광주지역 노회장연합회 대표 배병렬 목사, 광주광역시장로교회협의회 대표회장 전원호 목사·사무총장 공윤배 목사, 개혁주의목회자협의회 회장 문영주 목사, 광주지역장로연합회 회장 김용범 장로.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