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에 대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포를 주저한 이유는 해당 단어의 오용 등의 문제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전문가가 코로나19에 대해 이미 팬데믹 단계에 진입했다고 지적한 뒤 나온 늑장 대응에 대한 해명이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11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팬데믹 선포를 결정한 과정에 대해 “수학 공식 같은 절차나 알고리즘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와 오랜 시간 코로나19의 특징을 파악해왔다고 덧붙였다. 논의 과정에서 팬데믹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의미와 파급력, 그간 각국이 펼쳐온 대응책을 포기하는 이유로 오용될 위험 등에 대해 고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의 팬데믹 선포가 각국 정부가 더 공격적인 대응책을 펼치는 방아쇠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 배석한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신종질병팀장도 매일 변화하는 발병 상황과 각 회원국에 대한 자료 등을 토대로 코로나19의 특징과 위험성을 평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염력, 전파 경로, 고위험군,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 방지책, 사회적 영향 등을 토대로 코로나19가 팬데믹이라는 특징을 지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WHO의 팬데민 선포는 1968년 홍콩 독감과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에 이은 세번 째다. 팬데믹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뜻한다. 그간 전문가들은 일찍부터 코로나19의 확산세가 팬데믹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해왔다. WHO의 팬데믹 선언을 기다리던 미국의 CNN 방송은 지난 9일 자체적으로 현 상황을 팬데믹이라고 부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WHO는 이날 내·외부 전문가와 충분한 심사숙고를 거쳐 코로나19 발병에 팬데믹을 선포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최근 2주 사이 중국 외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13배 증가하고, 피해국도 3배 늘었다”면서 “현재 114개국에 11만8000여 건이 접수돼 429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며칠, 몇주 동안 우리는 환자, 사망자, 피해국의 수가 훨씬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하면서도 코로나19가 여전히 억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31일 중국에서 첫 코로나19 발병이 보고된 이후 70여 일 동안 확진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12만 명에 육박하고 피해 국가도 110개국이 훌쩍 넘었다. 앞으로 유럽과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