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질병관리본부를 깜짝 방문해 방역 최전선에 선 공무원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건강을 염려하는 등 질본의 노고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나타내 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충북 청주에 있는 질본을 찾아 1시간30분간 머물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식사를 대접했다. 문 대통령은 질본 긴급상황실에서 “질본이 너무 애쓰고 있고 고생이 많고 안쓰러워 진작 감사하고 싶었으나 너무 바쁜 것 같아 오면 폐가 될까 봐 안 왔다”며 “오늘 브리핑이나 보고는 안 받겠다. 지시할 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하는 물품을 보냈는데 그때 질본은 공항에서 검역하는 분들이 더 고생이라고 그쪽에 전달하겠다는 말씀을 전했다”며 “질본은 칭찬받고 격려받을 자격이 있다. 질본에 대한 칭찬과 격려는 국민 스스로에 대한 칭찬과 격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질본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대통령의 직접 방문이 방역 업무가 과중한 이들에게 오히려 부담될 수 있다고 판단해 방문 시점을 고민해 왔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날 방문에는 청와대 참모들도 극소수만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질본이 열심히 해서 세계가 인정하는 좋은 성과를 냈다.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게 아니라 세계가 평가하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빨리 증상자를 찾아내고, 세계에서 가장 빨리 검사를 해서 감염을 확인하면 적절한 치료로 사망률을 낮춘 것에 국제사회가 평가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질본은 좀 더 자신있게, 당당하게 질본이 이룬 성과를 말씀해도 좋다. 국제사회에도 제공해도 된다”며 “한 가지만 당부드리면 사망자가 더 나오지 않게 각별한 노력을 해 달라. 사망율은 낮지만, 국민에겐 가슴 아픈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은 이에 대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극복 후 노무현 대통령과 평가대회를 하는 과정에서 질본이 만들어졌다”며 “더 노력하고 분발하겠다. 항상 믿고 격려해주시는 것이 저희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질본 직원들에게 갈비찜이 포함된 한식을 대접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코로나19가 신천지 집단 감염으로 폭증하자 청와대 참모들에게 정 본부장을 언급하며 “좀 허탈하지 않을까. 보통 이런 상황이면 맥이 빠지는데, 체력은 어떤지. 어쨌든 계속 힘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했을 때는 홍삼액을 직접 사서 질본에 보냈다. 또 지난달 20일에는 정 본부장과 통화하며 “너무 고생하셔서 그동안 일부러 전화를 자제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잘 대응해온 것은 질본 덕”이라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인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질병예방센터장이었던 정 본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정 본부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차관급인 질병관리본부장에 발탁됐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