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방송, 스카이 뉴스 등 영국 매체들은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MPC)가 11일(현지시간) 특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0.25%로 0.5%포인트(p) 인하하기로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0.25%는 영국 기준금리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위원회 소속 9명 위원이 만장일치로 금리 인하에 찬성했다.
영국의 기준금리는 금융위기 여파가 미치던 2009년 3월부터 0.5%에서 변동이 없다가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이후인 2016년 8월 0.25%로 인하됐다.
이후 영란은행은 2017년 11월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올렸고, 9개월만인 2018년 8월 다시 0.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이후 기준금리는 동결됐다.
영란은행은 금리 인하와 함께 중소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을 위해 저리로 4년 동안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을 향후 12개월 동안 운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약 1000억 파운드(약 154조원) 규모의 자금이 추가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란은행은 또 경기대응완충자본(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 비율을 1%에서 0%로 낮춰 은행권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영란은행은 이같은 일련의 정책 패키지가 “영국 기업과 가계가 코로나19와 연관된 경제적 혼란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영란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예정돼 있지 않았던 조치다.
당초 영란은행은 앤드루 베일리 신임 총재가 취임한 뒤인 오는 26일 통화정책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커지자 마크 카니 현 총재 하에서 긴급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영란은행의 금리 인하는 미국, 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3일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이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제 충격과 관련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1.50~1.75%→1.00~1.25%)했다
다음 날인 4일 캐나다 중앙은행(BOC) 역시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하하면서 1.25%로 낮췄다.
이에 따라 영국 등 다른 G7 중앙은행들도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다만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의 경우 사실상 제로금리인 만큼, 정책 여력이 있는 영국이 먼저 공조에 참여한 셈이 됐다.
이날 영란은행 금리 인하는 영국 재무부의 예산안 발표와 맞물려 정책 효과를 키우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재무부는 이날 브렉시트 후 첫 예산안을 발표한다. 인프라 투자 확대 등 보수당 총선 공약사항과 함께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도 예산안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