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11일 사교육비 부담이 역대 최대치로 치솟은 이유에 대해 내놓은 공식 해명은 “평균 소득이 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학부모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져 사교육비로 돈을 많이 썼다는 얘기다. 맞는 얘기일까.
교육부가 전날 개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처음 등장한 주장이다. 교육부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32만1000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소득과 사교육비 증감률 비교’란 제목의 데이터를 꺼냈다. 종전 사교육비 조사 발표 때는 없었던 새로운 내용이다.
자료의 골자는 이렇다. 사교육비 조사가 시작된 2007년 학부모들의 평균 소득과 사교육비를 100으로 설정한다. 이후 2019년까지 소득과 사교육비 증가분을 비교하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2007년 100이었던 소득이 2019년 149.5로, 사교육비는 144.55로 오른 수치를 근거로 소득이 늘었으니 사교육도 늘어나는 게 자연스럽다는 주장을 했다. 덧붙여 소득 증가분보다 사교육비 증가분이 적다고도 했다. 사교육비를 그간 잘 억제해 왔다는 얘기다.
자료를 뜯어보면 교육부 주장은 허구에 가깝다. 2009년 평균소득은 106.12다. 이후 소득은 꾸준하게 증가한다. 2010년 110.49, 2011년 112.90, 2012년 114.69, 2013년 117.86, 2014년 121.73, 2015년 127.19다. 반면 사교육비는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 2009년 사교육비는 109.01이다. 2010년 108.29, 2011년 108.15, 2012년 106.35, 2013년 107.79, 2014년 108.92, 2015년 110.09다. 소득이 꾸준하게 늘어나는데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오히려 감소한다. 이 기간에 사교육비를 효과적으로 억제해왔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2015년 이후 사교육비가 폭증하는 상황도 설명하지 못한다. 2015년 110.09였던 사교육비는 2016년 115.45로 뛰더니 2017년 122.43, 2018년 130.99, 2019년 144.55로 급증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22.12가 늘었다. 사교육비 증가분의 절반이 2017~2019년에 집중된 것이다. 이 자료가 오히려 문재인정부 들어 소득증가분을 훨씬 뛰어넘는 사교육비 증가가 있었다는 걸 입증한다.
(자료:한국대학교수협의회)
교육부는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를 지원하는 학부모 탓도 했다. 교육부는 “진학희망 고교 유형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보면 자사고·특목고 진학을 희망할수록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한다”고 밝혔다. 이런 학교에는 기본적으로 학구열이 높고 일정 소득 이상의 학생들이 지원한다. 자사고 등을 없앤다고 사교육 수요가 줄어든다고 보기 어려우며, 과학고와 영재고 등으로 쏠리면서 사교육 수요가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
또한 교육부는 자녀 수가 줄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자녀가 1명일 때 사교육비를 36만1000원을 쓰는데 자녀가 두 명일 때는 학생 1인당 34만1000원으로 하락한다는 근거를 댔다. 저출산 때문에 자녀 수가 줄어드니 학생 1인당 사교육비도 늘어난다는 논리다. 그러나 사교육비 총 규모가 늘어나는 부분은 설명하지 못한다. 지난해 사교육비 규모는 21조원으로 2009년 21조6000억원에 이은 2위다. 학생 수는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사교육비 총 규모는 2015년 이후 4년 연속 증가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