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경선 ‘반환점’ 앞두고 민주당 대선후보 굳히기

입력 2020-03-11 17:28
바이든, ‘미니 화요일’ 6개주 경선서 4개주서 승리
샌더스, 노스다코타주 이기며 ‘체면치레’
‘바이든 대세론’ 이어질 경우 경선 승부 일찍 결정날 듯
11월 3일 대선 트럼프와 바이든 맞대결 가능성
최대 위기 맞은 샌더스, 중도 하차 고민에 빠질수도

10일(현지시간) 미국 6개주에서 동시에 민주당 경선이 치러진 ‘미니 화요일’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부인 질을 옆에 두고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6개주에서 동시에 민주당 경선이 치러진 ‘미니 화요일’에서 미시간주·미시시피주·미주리주·아이다호주 등 최소 4개주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꺾고 승리를 차지했다.

지난 3일 미국 14개주에서 경선이 실시됐던 ‘슈퍼 화요일’에서 10개주를 싹쓸이하는 대승을 거뒀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니 화요일’에서도 기세를 이어가며 2연승을 거뒀다.

특히 미니 화요일로 민주당은 미국 50개주와 수도 워싱턴DC를 포함한 51개 지역 경선 중 거의 절반인 24개주 경선을 마무리했다. 반환점을 앞둔 상황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바이든 대세론’이 계속될 경우 민주당 경선은 예상보다 빨리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11월 3일 미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결로 치러질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바이든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민주당 경선 주자들이 줄줄이 하차한 이후 처음 벌어진 샌더스 의원과의 ‘일대일’ 맞대결에서 이기며 우위를 과시했다. CNN방송은 “바이든이 격차를 샌더스와의 더 벌리며 또 다른 거창한 밤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진보 진영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서 경선 초반전에 돌풍을 일으켰던 샌더스 상원의원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은 승리를 이어갔으나 샌더스는 발 디딜 곳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표현했다. 샌더스 의원이 중도 하차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바이든은 개표가 98% 완료된 미시간주에서 52.9%의 득표율로 36.5%에 그친 샌더스를 눌렀다. 미시간주 승리는 바이든에게 가장 의미있는 성과다. 우선 이날 경선이 열렸던 6개주 중에서 미시간주에 걸려있는 대의원이 125명으로 가장 많다.

또 미시간주는 올해 대선 승부를 좌우할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이다. 2016년 민주당 경선에선 바이든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미시간주에서 눌렀다. 그러나 같은 해 대선에서 힐러리 후보는 미시간주에서 47.27%의 득표율을 얻으며 47.50%의 득표율을 획득한 트럼프 당시 후보에게 0.23% 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탈환해야 할 대표적 요충지가 미시간주다.

미시시피주에서는 바이든이 81.0%의 득표율로 14.9%에 그친 샌더스에 완승을 거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흑인들에게 몰표를 받으며 ‘남부 지역 불패’를 이어갔다. 미주리주에서도 바이든(60.1%)은 다소 큰 격차로 샌더스(34.6%)를 눌렀다. 아이다호주에서도 바이든은 48.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승리했다.

다만 11일 오전 4시 현재(워싱턴 시간) 개표율 72%를 보인 노스다코주에서는 샌더스(50.4%)가 바이든(39.8%)을 누르며 체면치레를 했다. 워싱턴주에선 개표율 67%인 상황에서 샌더스(32.7%)와 바이든(32.5%)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접전을 펼쳤다.

바이든은 승리가 확정된 직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행한 연설에서 샌더스를 향해 “우리는 함께 트럼프를 이길 것이고 이 나라를 하나로 합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민주당원들에게 “우리는 당신을 필요로 한다”고 호소했다. 바이든이 본선을 의식해 민주당의 통합을 강조하면서 샌더스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샌더스는 연설을 하지 않았다. 샌더스는 경선이 끝난 뒤 항상 연설을 했으나 이날은 침묵했다. 이를 두고 미시간주마저 놓치면서 샌더스가 충격에 빠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편 바이든과 샌더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각각 이날 저녁에 예정했던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유세를 취소했다. 오하이오주 경선은 17일 실시된다. 바이든이 승리 연설을 할 때에도 코로나19를 의식해 캠프 관계자들로 보이는 소수만 지켜봤다.

공화당에서도 이날 민주당과 같은 6개주에서 경선이 실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주(93.7%), 미시시피주(98.6%), 미주리주(96.8%), 아이다호주(94.5%)에서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싱거운 승리를 거뒀다. 노스다코타주와 워싱턴주에선 경쟁자가 출마를 포기해 경선을 치르지 않고 대의원들을 독식했다. 공화당 경선은 사실상 요식행사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출마가 확정적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