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11일 국내 주식시장이 또 다시 무너졌다. 외국인과 기관이 1조1000억원 넘게 팔아치우면서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900선이 붕괴됐다. 코스닥지수도 600선 밑으로 추락했다. 증시 폭락을 막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공매도 제한’ 방침이 시행된 첫날이었지만 패닉에 빠진 투자 심리를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4.66 포인트(2.78%) 내린 1908.27에 거래를 마치며 1900대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2016년 2월 17일(1883.94)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다. 개장 직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던 지수는 오후 들어 급락세로 돌변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999억원, 465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삼성전자(-4.58%), SK하이닉스(-4.04%), 셀트리온(-3.31%) 등 코스피 대장주가 줄줄이 주저앉았고, 낙폭이 커지며 장중 한때 1900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장중 1900선이 무너진 건 지난해 8월 6일(1891.81) 이후 7개월 만이다. 코스닥도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도’에 3.93% 내린 595.61로 마감하며 600선을 내줬다.
아시아 증시도 주춤했다. 일본 닛케이225(-2.27%), 중국 상하이종합(-0.94%), 홍콩 항셍(-0.71%) 등 주요국 지수가 내림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0.2원 내린 119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미국의 경기 부양정책 발표로 고조됐던 증시 회복 기대감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3000억 달러(한화 약 360조원) 규모의 급여소득세 면제 방안 등이 담긴 대규모 부양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미국 다우존스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각각 4.89%, 4.94% 치솟았고, 최근 급락했던 국제 유가도 10% 넘게 반등했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투자 심리는 하루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등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급여소득세 면제 정책 등이 미 의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 것도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 공조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때까지 금융시장의 출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에서 0.25%로 0.50% 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투자 심리가 전환될 만큼의 신호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증시가 큰 폭으로 등락하는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