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통계치에 코로나19 영향 반영될듯
지난달 가계대출이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정부가 내놓은 12·16 부동산 대책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책 전에 발생한 주택거래에 따른 대출 수요가 많았던 데다,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발생한 ‘막차’수요의 영향도 일정 부분 반영됐다.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도 감지된다. 가계와 기업에 ‘빚 폭탄’의 그림자를 빠르게 드리우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경기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부동자금이 늘어나고,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흘러들어가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11일 이 같은 내용의 ‘2월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했다. 은행 가계대출액은 9조3000억원 늘었다. 2004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주된 요인으로는 주택담보대출액 증가가 꼽힌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7조8000억원 늘었다. 2015년 4월(8조원) 이후 4년 10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12·16 대책 직전까지 체결된 계약에 대해 실제 입주 시점이 다가와 대출이 실행된 영향으로 보인다”면서 “이달 통계치부터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둔화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계 대출 가운데 기타대출 증가세도 두드러진다. 지난 1월에는 6000억원이 줄었는데, 지난 달 1조 5000억원이 증가했다. 기타대출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리는 신용한도대출과 일반신용대출, 예·적금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 등이 포함된다.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은 1월보다 6000억원이 많은 2조2000억원 늘었다. 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잔액은 5조100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본격화한 코로나19의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황이 나빠진 한계기업이 대출을 더 받아 갔을 가능성이 있고, 금융 당국의 대출 지원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금 수요는 (가계대출 보다는)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대출에 더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달 통계치부터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