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콜센터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의 불똥이 노래방과 PC방으로 튀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서울시가 영업중단을 권고했고, 영업금지 행정명령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브리핑에서 “개학 연기와 학원 휴강 등으로 갈 곳이 없는 학생들이 노래방과 PC방 등에 가고 있다”며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영업중단을 시가 권고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 영업 금지 행정명령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콜센터와 PC방 등을 ‘고위험 사업장’으로 보고 코로나19 관리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윤태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노래방, PC방, 클럽 이런 업종은 저희가 오늘 회의에서 각 부처별로 대표적인 사업 직종이 뭔지 제출하고 관리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노래방과 PC방 업주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장사가 잘 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영업중단까지 하는 것은 “그냥 죽어라”고 하는 것 밖에 안된다는 하소연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PC방 사장은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5명을 뒀는데 최근 2명에게는 사정이 좋아지면 다시 부르겠다고 약속하고 내보냈다”면서 “영업중단 권고가 나왔을 때 올게 왔구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날 이 PC방은 전체 160여석 중 불과 20여석만 차 있었다.
서울시와 정부가 대책 마련 없이 성급하게 영업중단을 권고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양천구 목동의 한 코인노래방 사장은 “이전엔 하루 수백명씩은 왔고, 특히 요즘은 방학이라 더 잘될 시기인데 타격이 크다. 하루종일 있어도 10명 정도만 온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어 “정부에서 어떤 대책을 마련해 놓고 조치를 한다면 우리도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지금 아무것도 없다. 대책도 없으면서 영업을 하라마라 하는 것은 정부에서 너무 심하게 나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코인노래방 사장도 영업중단 권고 소식에 “미치겠다. 안 그래도 자영업자들은 지금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고 장사도 반토막이 났는데, 이제 아예 송곳으로 후벼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장은 “PC방의 경우 임대료, 전기료, 저작권료 등 고정 비용이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데 영업중단을 해 버리면 이런 부분들은 회수가 안돼서 고스란히 손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정부는 코로나19 대규모 확산 방지를 위해선 이 같은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가장 좋은 방법은 밀접 공간에 함께 있는 시간을 없애고 거리를 두는 것”이라며 “PC방, 코인노래방, 클럽 등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은 일시 휴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윤태 정우진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