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 한 서비스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 주말 내내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A씨의 매장을 방문했고, 본인이 직접 확진자를 응대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보건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5일 은평구의 한 코로나19 확진자 B씨를 매장에서 직접 응대했다. 비록 두 사람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긴 했지만, A씨는 업무 특성상 B씨와 1m 정도 거리에서 몇분간 대화를 나눠야 했다. A씨가 확진자와의 접촉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틀후인 지난 7일 보건소의 역학조사 현장에서 이를 알게 된 직장 상사를 통해서였다.
기저질환이 있는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는 A씨는 이때부터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확진자와 접촉을 했는데 자가격리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검사는 언제 어디에서 받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일체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자가격리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정상 출근하라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었다.
결국 A씨는 다음날 보건소에 직접 연락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지난 10일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보건소로부터는 문자 메시지 한통 받지 못했다. A씨는 11일 “마스크를 썼다고 감염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데,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접촉 사실조차 알리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소 측은 “확진자와 대면한 사람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면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으며, 별도로 연락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정상적인 행정 절차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실제 질병관리본부의 격리기준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 여부와 확진자와의 접촉 거리 등을 역학조사반이 평가해 자체적으로 격리 여부를 판단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A씨처럼 기저질환자와 함께 생활하는 일반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 여부와 무관하게 확진자와의 접촉 자체에 극도의 불안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A씨는 “적어도 증상이 있는지 정도는 전화로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혹시라도 나로 인해 가족이나 친구가 감염되지 않을까 주말 내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마스크 착용을 접촉자 판별 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도 엇갈린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 뿐 아니라 접촉 거리와 시간 등 접촉 환경 자체를 전체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다만 지금은 그렇게 정밀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진이 매일 환자를 봐도 접촉자라고 하지는 않지 않는 것처럼 두 사람 모두 마스크를 제대로 썼다면 접촉자로 분류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