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진핑 우한방문 ‘찬양’ 일색…중국 체제의 우월성 주장도

입력 2020-03-11 16:44
코로나19 발원지 우한을 방문한 시진핑 국가주석.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을 찾은 데 대해 중국 매체들이 “중대 전환점이 됐다” “인민과 함께 섰다”며 찬사를 쏟아냈다.

중국 내에서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의 우월성이 드러났다며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11일 논평에서 “시 주석의 우한 방문은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중국 인민의 확고한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중국이 가장 어두웠던 순간에서 벗어났다”고 치켜세웠다.

글로벌 타임스는 “시 주석의 방문은 코로나19 전쟁의 전환점을 의미한다”며 “이제 가장 중요한 사안은 역외 유입 방지와 경제 활동의 점진적인 회복에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시 주석이 우한 방문 기간 후베이와 우한 지역 주민의 큰 희생과 헌신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며 “시 주석은 우한 인민을 영웅으로 칭송하고, 이 전쟁이 역사 속에 기억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가 전염병 확산의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국이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중국은 코로나19 관련 지원을 받던 나라에서 전염병 통제의 방법과 전문적 임상 노하우, 의료품 공급 등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우한의 채소가게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신화연합뉴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1일 국내판과 해외판 모두 1면 전체를 할애해 시 주석의 우한 방문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시 주석이 코로나19 전문병원인 훠선산 병원과 우한의 한 채소가게를 방문한 사진을 나란히 배치하고 “결전의 땅에 인민과 함께 섰다”라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세계적 혼란 속에서 승리를 느끼는 중국이 안정 메시지를 과시했다’는 기사에서 “시 주석의 방문은 글로벌 주식 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크게 폭락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며 “이는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SCMP는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세계적 퍼펙트 스톰 속에서 자신을 세계 안정에 기여하는 정치·경제적 존재로 부각하고 있다”며 “최근 수주간 (중국에 비난이 집중되던) 스토리 전개 프레임을 바꿔버렸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염병이 창궐하는 나라로 인식됐고, 중국 정부도 늑장 대처와 정보 은폐 등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퍼지자 시 주석이 프레임 전환을 시도해 상당 부분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집단 발병한 미국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로이터연합뉴스

투자은행 보콤인터내셔널의 수석 연구원인 훙하오는 미국 증시가 폭락한 상황에서 “중국 증시는 어둠 속의 불빛과 같다”며 “중국은 현재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리들은 인류의 재난을 극복하는데 자국의 권위주의 정치 체제의 장점이 드러났다며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관리는 “만약 인류가 멸망 위기에 처하는 심각한 재앙이 있다면 현 시스템의 중국이 가장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며 “당신들은 자기 국민들에게 마스크를 씌울 수도 없는 정부에 희망을 걸지 말라”고 말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이 2008년보다 심할 수 있지만, 서방은 정치적 분열 때문에 2008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서방과 중국의 권력 구조를 비교할 때 균형추는 중국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