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달 24일 한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최대 1만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대해 섣부른 판단이라고 비판했지만 보름 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는 JP모건의 예언(?)이 거의 들어맞고 있어 해당 보고서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JP모건은 과거에도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에 영향력을 과시한 바가 있어 비밀에 싸인 거대 투자은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JP모건은 당시 ‘확산하는 코로나19:감염의 정점과 증시 조정의 규모 및 기간’ 제목의 보고서에서 “당사 보험팀의 모델에 따르면 한국의 코로나19 감염률은 3월 20일에 정점을 찍고, 최대 1만명이 감염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구 시민 240만명 중 3%가 바이러스에 노출됐고, 회복률이 더디는 등 중국과 비슷한 패턴으로 2차 감염이 일어난다고 가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는 830여명이었고 사망자수는 8명에 그쳤다. 그래서 당시에는 보고서 내용이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달 26일 정례브리핑에서 “JP모건 발표는 정부도 읽고 의논은 했다”며 “아직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며 일축한 바 있다. 그런데 11일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 대비 242명 늘어나 7755명이다. 지금까지의 추세와 20일까지 9일이 남은 상황에서 볼 때 JP모건의 진단은 거의 맞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통계를 어떤 식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JP모건 측은 철저히 함구 중이다. 보고서의 전문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JP모건 관계자는 11일 “기자 등 외부인과의 접촉과 소통을 자제하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JP모건 보고서의 파워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JP모건은 2013년 6월 7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210만원에서 190만원으로 낮췄다.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6.18%(9만4000원) 폭락했다. 6월 10일에는 삼성전자 주가(138만9000원)는 4개월만에 140만원을 하회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그해 5월 아시아 순방 중 비밀리에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비밀리에 삼성전자 고위층을 만났고 곧바로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발행한 것이다. JP모건의 은밀한 사업방식과 예상을 넘는 관측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민아 양민철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