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닿지 않겠다’ 신도림역 불안한 시민들 안간힘

입력 2020-03-11 16:33 수정 2020-03-11 16:48
11일 신도림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박모(56·여)씨가 코로나19 감염방지를 위해 라텍스 장갑을 착용한 모습. 정우진 기자

‘코리아빌딩 콜센터’ 집단감염에서 시작된 공포가 수도권 시민들의 일상으로 스멀스멀 번지고 있다. 항상 인파로 붐비는 지하철에서 시민들은 일상적인 접촉을 피하려 안간힘을 썼다. 공포의 근원지가 된 코리아빌딩 인근 상인·주민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11일 오전 출근길 서울 1·2호선 신도림역의 모습은 ‘화학전’을 방불케 했다. 신도림역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에서 약 700m 떨어져 있다. 일부 콜센터 확진자들의 출퇴근 동선에 포함돼 있기도 하다.

모든 지하철 이용객들은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혹시 확진자가 만졌을지도 모를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는 이도 없었고, 개찰구에선 교통카드가 카드인식기에 닿는 면을 최대한 줄이려 조심했다. 열차에 올라탄 이용객들은 비록 안전거리 2m를 확보할 수는 없었지만 다른 이용객들과 몸을 닿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많은 이용객 중 열차 내 손잡이를 잡거나 만지는 승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11일 오전 신도림역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이용하지 않는 모습. 정우진 기자

드문드문 라텍스 장갑까지 착용한 이용객도 눈에 띄었다. 동대문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박모(56·여)씨는 “4년째 신도림역에서 1호선을 타고 출근하는데 근처에 집단감염이 일어났다고 하니 어제오늘 많이 불안해 장갑을 끼고 나왔다”고 말했다. 박씨는 장갑을 낀 손으로 휴대전화를 쥔 채 연신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확인했다.

설치 이틀째인 코리아빌딩 앞 선별진료소는 검진 대기를 위해 긴 줄이 늘어섰던 전날과 달리 한산했다. 빌딩 입주사 직원과 오피스텔 입주민들 검진이 전날 대부분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보건소에서 연락을 늦게 받은 일부 직원들만 20분에 1명꼴로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9층 콜센터 직원 20대 A씨(여)는 “어제 밤늦게 전화가 와서 부랴부랴 검사를 받으러 왔다. 보건소에서 직원들에게 차례로 전화를 하다 보니 그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검사를 받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30대 B씨는 “어머니가 8층 콜센터에서 근무해 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집 근처 보건소로 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빌딩 1층의 커피숍에 방문했던 박모씨는 “다산콜센터에 문의했을 때는 여기서 검진을 받으라고 했는데, 막상 와보니 안된다고 한다. 보건소 가면 또 증상이 없다고 안 된다고 할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선별진료소 측은 사람들이 몰리면 추가감염 우려가 있어 빌딩 직원이나 입주민 외에는 돌려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리아빌딩에 매일 들러야 하는 택배원도 불안감을 호소했다. 우체국 택배원 주모(66)씨는 “오피스텔 입주민들 주문이 계속 있으니까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신 1층 로비에 택배를 놓고, 입주민이 내려와 받아가는 방식이다. 코리아빌딩 맞은편 신도림동 성당 인근 상점들은 테이크아웃 주문만 받았다. 신도림동 성당 건물은 콜센터 확진자가 들렀던 곳이다.

정우진 정현수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