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이동을 멈추면서 관광 경기가 바짝 얼어붙었다. ‘관광 1번지’ 제주도는 벼랑 끝에 내몰린 관광업계의 어려움이 각종 수치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제주지역 관광사업체 예약률은 5~2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급감했다. 콘도미니엄과 호텔 등 대형 숙박업소가 지난해 30~40%에서 한 자리 수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3월 50%를 넘겼던 렌터카 예약률은 이번 주 13%를 나타냈고, 전세버스는 20%에서 5%로 추락했다. 골프장과 펜션도 절반 이상 감소했다.
관광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도내 유관업계는 총체적인 난관에 봉착했다. 관광객들의 발이 되어주는 렌터카와 전세버스는 물론, 봄 성수기를 앞둔 골프장과 프로모션이 많은 대형 숙박업소까지 손님이 뚝 끊긴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업체가 빚을 내거나 임시휴업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제주도에 따르면 9일 기준 도내 109개 업체가 임시휴업을 신고했다. 관광 숙박업과 관광 식당업, 놀이동산시설업, 여행업이 대부분이다.
차마 문을 닫지 못한 업주들은 직원 유급휴직 조치시 사업주에 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앞다퉈 신청했다. 제주도 고용복지센터에 따르면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건수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이전 단 2건에서, 이날 이후 3월 9일까지 298건으로 급증했다.
접수된 총 300건 중 여행사업(84건), 호텔업(26건), 전세버스(9건) 등 관광업 비중이 40%를 넘었다. 기타로 분류된 165건 가운데도 항공업, 카지노, 관광기념품 소매업, 식당, 컨벤션행사장 등 관광 관련 업체가 대부분이다.
특히 총 접수 건 중 5인 미만 사업장의 신청 비율이 136건(45%)으로 압도적으로 높아 영세업체의 곤란을 반증했다.
어려움에 처한 ‘사장님’들은 저리 대출로도 몰렸다.
지난 2월 20일 시작된 제주 관광진흥기금 경영안정자금 대출에는 9일까지 총 678건(1030억원)이 접수됐다. 통상 반기별 500억원이 지원되는 것을 고려하면 대출 신청이 많이 늘어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업종별로는 여행업이 257건(38%)으로 가장 많고, 관광숙박업 107건(16%), 렌터카 76건(11%), 일반숙박업 44건(6.5%), 농어촌민박 42건(6.2%) 순이었다. 제주도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대출 총 규모를 500억원에서 3000억원(기존 대출 연장 제외)까지 6배 확대했다. 사업주가 부담하는 이자는 0.75%다.
제주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판단한 관광업계가 몸을 낮추고 비용 줄이기에 들어갔다”며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의 경우 평년보다는 37배, 메르스나 사드 사태 때보다도 1.5배에서 3배까지 많은 수준”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