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추미애 장관 해임’ 청원에 ‘사실상 어렵다’ 답변

입력 2020-03-11 16:00

청와대는 11일 ‘윤석열 수사팀 해체 반대’ 국민청원에 대해 “지난 1월과 2월 검찰 인사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처리됐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해임 청원’에 대해서는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의견제출 기회를 충분히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인사 과정을 지적한 두 청원에 대해 청와대가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하면서 국민청원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이날 ‘윤석열 총장 3대 의혹 수사팀 해체 반대’ 청원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해임’ 청원에 대한 법무부의 답변을 발표했다.

우선 윤석열 수사팀 해체 반대 청원은 지난 1월6일부터 한 달간 34만5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윤 총장이 부임 이후 살아있는 권력에 굴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3대 의혹 수사팀이 해체된다면 국민들은 폭발할 것”이라고 남겼다. 3대 의혹 수사팀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비리 사건, 민정수석실의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 사건 수사팀을 뜻한다.

강 센터장은 “법무부는 지난 1월 13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지난 2월 3일에는 중간간부 및 일반검사에 대한 인사를 각각 실시한 바 있다”며 “인사는 검찰 조직의 쇄신을 도모하기 위해 실시됐다. 검찰 외부인사 위주로 구성된 검찰인사위원회의 충분한 심의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팀 관계자를 대부분 유임시켜 기존의 수사와 공판 업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강 센터장은 추미애 장관 해임 요청 청원에 대해서도 답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 2월3일 올라왔고 한달간 33만5000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최근 검찰 인사에서 통상적 인사주기가 무시됐고,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가 생략됐으며 정권 실세에 대한 수사진의 전원교체가 이뤄졌다”며 추 장관의 해임을 건의했다.

강 센터장은 “법무부는 현안사건 수사팀을 유지시켜 기존의 수사 및 공판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했다”며 “능력과 자질, 업무성과 등을 공정하게 평가하여 인사를 실시했다. 특정 성향이나 개인적 친분을 이유로 특혜성 인사를 하였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결국 청와대가 두 청원 모두에 대해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청와대 다시 한번 내용없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민청원 무용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청원 게시판을 열었지만 조국 사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이념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청와대는 민감한 청원의 경우 명쾌한 답변을 내놓기 보다는 법과 제도를 근거로 들며 에둘러 답변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에 ‘헌법재판소의 소관’이라고 답했고, 각종 범죄 용의자를 잡아달라는 청원에는 “경찰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식으로 답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가 청원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청와대는 관련 의혹에 “사실무근”이라고 답했지만 국민청원이 인기투표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답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