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차단에 사활을 건 북한이 주민들에게 연일 개인위생 관리와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국의 원단 공장을 총동원해 마스크 수요를 맞추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북·중 무역 축소까지 더해지면서 마스크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노동신문은 11일 북한 일부 지역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소개했다. 신문은 평안북도 정주시 사례를 언급하며 “정주시 일꾼(간부를 지칭)들은 위생 선전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여 주민들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자주 손 씻기를 진행하며 개체 위생을 잘 지켜나가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주시의 피복 공장, 옷 공장들에서 마스크를 제때에 생산 보장하도록 조직사업을 면밀하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달 초 마스크 생산 관련 긴급 대책을 세우고 원단 공장을 총동원해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5일 평양피복공장과 만경대피복공장, 강동피복공장 등에서 매일 수만 개의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 있다. 평양은 물론 전국의 원단·옷 공장을 모두 활용해 주민들의 마스크 수요를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노력에도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북 제재와 북·중 무역 축소 탓에 마스크 제작에 필요한 자재와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물자가 풍부한 한국도 마스크 생산과 공급에 차질을 겪는데 북한은 더욱 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중국 무역 주재원에게 코로나19 방역 물품 마련에 총력을 집중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중국 단둥 등지에서 활동하는 무역 일꾼에게 모든 일을 중단하고 의료용 마스크와 코로나19 방역복, 진단 키트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에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간접 증거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전문 매체 NK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이 게재한 사진을 공개하며 ‘포토샵 마스크’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사진은 북한 여배우 김정화가 의료용 마스크를 쓴 채 학생들에게 연기 지도를 모습을 담았다. 얼굴에 씌워진 마스크의 색감과 모양이 부자연스러워 사진 편집 프로그램으로 합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