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아파트 전세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연이어 대출 규제를 강화한데다 입시제도까지 변하자 매매 대신 전세로 명문 학군에 진입하려는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11일 경제만랩이 KB부동산 주택가격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3.3㎡당 2769만7000원 수준이었던 강남구 평균 전세가격은 지난달 3027만8000원으로 올랐다. 8개월 만에 9.32% 오른 것으로 같은 기간 서울 전세가격 상승률(4.26%)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송파구 전세가격도 2004만1000원에서 2127만9000원으로 6.18% 올랐다. 양천구(5.87%), 서초구(5.83%), 광진구(5.15%)가 뒤를 이었다. 전통적으로 명문학군이 있는 강남 3구(강남구, 송파구, 서초구)가 모두 전세가격 상승폭이 컸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대출과 세금 부담이 커져 아파트 매매가 쉽지 않은 지역이기도 하다.
실거래가에서도 전세가격 상승이 확인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하는 ‘대치아이파크’ 전용 59.9㎡은 지난해 6월 8억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10억5000만원에 거래돼 8개월만에 2억5000만원이나 상승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8㎡의 경우 지난해 6월에만 하더라도 8억 5000만원에 전세거래가 이뤄졌지만, 지난달에는 1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목동신시가지7 전용 101.2㎡는 지난해 6월 6억8000만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8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1억7000만원 상승했다.
오대열 경제만랩 팀장은 “입시제도가 개편되면서 학군이 뛰어난 입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 물량 부족 현상으로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대출과 세금 부담이 커져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많은 데다 분양가상한제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청약 대기수요도 늘고 있어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