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 포수 ‘독감’에 진땀… MLB 상륙한 코로나19 공포

입력 2020-03-11 13:18 수정 2020-03-11 13:20
‘아시아→유럽→미국’ 지구 한바퀴 돈 코로나19
미국 주요 종목 “클럽하우스 출입 제한” 성명
MLB, 개막전 무관중보다 개최지 변경 고려

뉴욕 양키스 포수 게리 산체스가 지난달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템파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다. AP뉴시스

아시아·유럽 스포츠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도달했다. MLB 사무국은 코로나19 확산세를 우려해 클럽하우스 출입을 통제했고, 일부 구단의 개막전 개최지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이 틈에 뉴욕 양키스 포수의 ‘독감’ 해프닝으로 진땀을 빼기도 했다.

해프닝의 주인공은 게리 산체스. 양키스 배터리의 중심을 잡는 주전 포수면서 홈런으로 ‘한방’을 가진 강타자다. 지난 시즌에 92안타 중 34개를 홈런으로 작성했다. 산체스는 11일(한국시간) 양키스의 시범경기 개최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 조지 스타인브레너 필드에 나타나지 않았다.

MLB닷컴의 양키스 담당인 브라이언 호치 기자는 트위터에 “스타인브레너에 산체스가 없다. 고열 증세를 나타냈다고 한다. 양키스 홍보담당자는 산체스가 코로나19 검진을 받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0시37분, 플로리다주 현지시간으로 10일 오전 11시37분의 일이다.

호치 기자의 트윗은 곧 코로나19의 MLB 확산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더욱이 개막을 앞둔 시점이어서 우려가 컸다. 메이저리그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27일에 개막한다.

미국 워싱턴주 커클랜드의 장기 요양시설 라이프 케어 센터에서 지난 10일(한국시간) 한 구급대원이 환자를 들것으로 이송하고 있다. AP뉴시스

코로나19는 아시아 프로리그 상당수의 일정을 중단하거나 개막을 연기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일부 경기를 무관중으로 바꾼 뒤 서진을 계속해 세계 최대 프로스포츠 시장을 가진 미국으로 상륙했다. 미국에서 확진·사망자가 증가하면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주가 속속 증가하고 있다.

MLB 사무국은 전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축구(MLS)와 공동 성명을 내고 외부인에 대한 클럽하우스 출입 통제를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스타플레이어의 고열 증상은 공포감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산체스의 증상은 다행히 감기였다. 정확한 진단은 독감이다. 뉴욕포스트는 “산체스가 고열 증세로 훈련에 불참하고 병원으로 직행했다. 진단 결과는 독감(Flu)”이라는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의 발언을 전했다. 독감을 다행으로 여길 만큼 코로나19가 주는 공포는 스포츠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MLB 사무국은 이제 다가오는 개막전을 고민하고 있다. 무관중의 극단적인 ‘처방’보다는 일부 개막전 개최지를 변경하는 쪽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익명의 MLB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경기를 정상적으로 개최할 수 없는 팀은 원정팀의 구장으로 이동해 경기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타자 추신수가 지난달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다. AP뉴시스

개막전 개최지 변경 가능성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팀은 워싱턴주를 연고로 둔 시애틀 매리너스다. 워싱턴주는 장기 요양시설 라이프 케어 센터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곳이다. 전날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은 70명의 확진자, 22명의 사망자가 집계됐다. 시애틀은 오는 27일 홈구장 세이프코 필드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와 4연전으로 개막전을 갖는다. 텍사스는 추신수의 소속팀이기도 하다.

텍사스의 존 대니얼스 단장은 시애틀과의 개막전 개최지 변경 가능성에 대해 “MLB 사무국과 어떤 논의도 없었다”면서도 “필요하면 홈구장에서 개막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