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이탈리아 도시마다 삭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9일(현지시간) 사실상 ‘전 국민 외출금지령’에 준하는 조처를 내놨다.
지난달 22일 코로나19 전파 상황이 가장 심각한 북부 11개 지역에 주민 이동 제한령을 내린 데 이어 이달 4일 전국 각급 학교를 폐쇄하고 밀라노·베네치아를 비롯한 북부 이동 제한령을 확대하는 등 강도 높은 조처를 잇따라 도입했지만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사상 초유의 초강수를 꺼내 든 것이다.
전국 이동제한령이 발효된 첫날인 10일 수도 로마 중심가가 텅 비어 있는 모습이다. 한창 붐빌 시간인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시내버스도 텅 빈 채 운행 중이다. 이날을 기해 관광대국 이탈리아의 유적 도시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같은 날 세계적인 수상 도시 베네치아 역시 인적이 끊겼다. 관광객들로 북적여야 할 곤돌라들이 텅 빈 채 묶여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 관광지로 통하는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도 사람 한 명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또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 및 광장 주변으로 바리케이드가 세워졌다. 교황청은 방역 활동을 지원하고자 내달 3일까지 관광객 입장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상징인 콜로세움 주변과 인근 지하철역도 인적이 드문 모습이다. 로마시 당국은 관광객 유입을 막고자 콜로세움 등 유적지에 이어 트레비 분수도 이날 폐쇄 조처했다.
관광객이 급감하며 이탈리아 로마의 관문인 테르미니 기차역도 한산한 모습이다. 근처 중국계 상점 거리는 일제히 문을 닫았고 상점마다 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한편 현재 이탈리아는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이외 지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이날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168명 증가한 631명이라고 발표했다.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는 하루 사이 977명이 늘어난 1만149명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 정부의 이동 제한령에 따라 이탈리아 국민은 의료, 업무, 식료품 및 의약품 구입 등을 위한 경우가 아니면 되도록 집 안에 머물러야 한다. 기한은 1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다. 6000만명에 이르는 이탈리아 전 국민이 거주지에 발이 묶이게 됐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