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악재’에 또 평행선 달린 한·일 통상 갈등

입력 2020-03-11 11:22
제8차 한-일 수출관리정책대화 영상회의 모습. 산업통상자원부

회복 조짐을 보이던 한·일 통상 갈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라는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모처럼 만에 열린 정책대화는 양국이 직접 만나는 방식이 아닌 영상회의로 대체됐다. 논의도 별다른 진전 없이 양측의 입장만 확인하는 시간으로 끝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 경제산업성과의 ‘제8차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11일 오전 1시50분에 종료됐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 12월 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7차 정책대화를 가진 뒤 약 3개월 만에 얼굴을 맞댔다. 한국 측에서는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이, 일본에서는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나섰다.

1~7차 정책대화와 달리 대면이 아닌 영상회의 방식을 채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본측 대표단이 한국으로 올 수 없게 되자 회의 방식을 선회한 것이다.

양국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예정돼 있던 정책대화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오랜 시간 의견을 교환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양국은 3개 품목과 화이트리스트, 재래식무기 캐치올(Catch-all), 수출 관리 조직·인력보강 등 그간 논의해온 양국 현안 해결을 위해 대화와 소통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한국 정부는 이번 정책대화에서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규제가 원상복귀되는 수준의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서 수출규제 사유로 지적한 사항의 개선책을 차례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규제 대상 3개 품목 중 포 토레지스트의 규제를 다소 완화하며 화해 분위기를 조성해 온 점도 기대감을 키웠다.

양국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코로나19였다. 일본의 한국발 입국자 격리조치 발표와 한국 정부의 맞대응이 정책대화 진전을 가로막았다. 양국의 수출규제 협의는 장기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 준비회의를 통해 양국이 합의하는 날짜에 한국에서 차기 정책대화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