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돌, 여자가 많은 제주가 삼다도(三多島)라면 광주는 ‘외제차, 한방병원, 콜센터’가 비교적 흔한 도시다. 건설업체가 굴리는 외제차가 많고 하루 종일 병상을 뒹구는 소위 ‘나이롱’ 환자들이 한방병원에 적지 않다.
실제 광주시는 인구가 비슷한 대전이나 울산보다 외제차가 훨씬 많고 전체 차량등록 대수 중 차지하는 비율도 높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2017년 통계기준 4만4800대(2.8%)로 대전 3만7831대(2.3%), 울산 2만604대(1.3%)보다 많았다. 반면 광주의 경차는 4만1319대(2.3%)로 7개 특·광역시 중 가장 적었다.
대학병원에서 치료받다가 보험혜택과 물리치료 등을 받기 위해 환자들이 주로 입원하는 한방병원은 전국 310여개 중 3분의1에 가까운 90여 곳이 광주에 몰려 있다.
사투리와 거센 억양 대신 표준어를 구사하는 고학력 인력이 풍부해 광주지역의 콜센터 비율도 매우 높다. 현재 64곳의 콜센터에 7046명이 근무 중이다.
광주시는 “지역 콜센터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 근무를 확대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을 계기로 지역 콜센터들이 재택근무와 직원 분산배치 등을 통한 대응에 들어간 것이다.
시는 10여 년 전부터 콜센터를 특화산업으로 육성해왔다. 현재 이동통신 3사 등 각 기업 콜센터와 광주시 빛고을콜센터 등 공기관 콜센터가 곳곳에 운영 중이다.
밀집된 공간에서 전화 상담 등을 하는 콜센터는 끊임없이 말을 해야 되는 업무 특성상 마스크를 착용하기가 어렵다. 통화 상대에게 말이 잘 들리지 않아서다.
하지만 만일 확진자가 발생하면 비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 근무여건상 집단감염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광주지역 콜센터들은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실효적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대형 콜센터는 온라인을 활용한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혹시 모를 확진자 발생 때는 곧바로 폐쇄조치와 함께 다른 지역으로 업무를 이관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다.
한 기업 콜센터는 근무 공간 분산을 위해 비어있던 사무실에 또다른 콜센터를 구축 중이다.
광주시는 지역 콜센터 실태를 파악한 뒤 재택·유연 근무제를 적극 권고하고 있다. 재난관리기금을 지원해 콜센터 업체에 대한 방역도 자주 하기로 했다.
광주는 수도권과 부산, 대구 등 다른 대도시에 비해 인건비·건물 임대료가 낮아 콜센터 운영에 적합하다. 비용절감 효과가 뛰어나다.
여기에 사투리 사용을 거의 하지 않고 표준어를 구사하는 20대~40대 여성인력이 풍부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여성들이 주로 근무하는 콜센터 유치에 집중해왔다. 한동안 교육훈련보조금, 시설보조금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광주여대가 2004년 국내 최초로 콜마케팅학과를 신설하는 등 각 대학들도 잇따라 관련 학과를 개설하면서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006년 광주에 둥지를 튼 대한화재·동양화재를 비롯한 보험회사와 SKT,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각 신용카드 회사, 시중은행 등 40여개 회사의 콜센터가 속속 개설됐다.
광주시가 운영하는 120빛고을콜센터 등 공공기관 콜센터도 가동 중이다.
시 관계자는 “콜센터는 상대적으로 비말감염 등 코로나19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예방을 위한 방역과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