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마스크 사게 90만원만…” 코로나 틈탄 피싱 사기 천태만상

입력 2020-03-11 11:07 수정 2020-03-11 13:02

“마스크하고 손소독제 살 수 있는데… 90만원만 보내줄 수 있어?”

A씨는 최근 친언니로부터 이런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평소 언니가 쓰던 카카오톡 프로필과 비슷한 아이디(ID)였다. “동생, 마스크하고 손소독제를 싸게 대량으로 살 수 있는데, 내가 지금 돈이 없어서…” 언니는 법인 명의로 된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여기로 90만원만 보내달라”고 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친언니가 아니었다. 이른바 ‘메신저 피싱’ 사기범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면서 심리적 불안과 공포를 노린 사기 범죄였던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이 같이 마스크나 손 소독제 구매 등을 사칭한 메신저·보이스피싱 사기 피해 사례를 소개하며 소비자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마스크와 소독제가 필요한 국민 심리를 이용한 사기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기승을 부리고 있는 건 마스크 결제 등을 가장한 보이스피싱 사기다. 최근 B씨는 뜬금없이 “○○만원 승인되었습니다. △△KF94마스크 출고 예정”이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B씨는 주문하지도 않은 마스크가 배송됐다고 하는 이유가 궁금해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 상대방은 ‘○○mall’이라며 “만약 결제를 하지 않았으면 서울지방경찰청 직원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곧이어 ‘서울경찰청 경위’라는 사람의 전화가 걸려왔다. 보이스피싱 사기의 시작이었다.

“귀하 명의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보여 자산보유검사 보호 신청을 해야 하니 제가 보내드리는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해 주세요.” 경찰이란 말에 B씨는 사기범이 보낸 원격조정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했고, 사기범은 B씨의 은행 계좌번호와 주민번호, 주소 등 금융정보를 알아낸 뒤 수십만원을 챙겨 달아났다.

이 같은 피싱 사기의 특성은 거액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00만원 이하 이체 등을 요청해 경계심을 무너트리는 수법을 쓴다. 또 개인 명의가 아닌 법인 계좌로 이체를 요구하거나, 집단을 이뤄 경찰 등을 가장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속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마스크 대금 결제 등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면 보는 즉시 삭제해야 한다”며 “가족이나 친구 등을 사칭해 카카오톡 등으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반드시 전화로 본인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