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접경지역 지뢰·불발탄 피해자 637명…절반 이상 10대 이하

입력 2020-03-11 10:20
경기도가 지뢰·불발탄으로 피해를 입은 도내 접경지역 주민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 결과 사고 당시 10대 이하 청소년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고 가정의 절반 가까이가 생계 곤란을 겪었고, 대부분 보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는 지난해 9월 2일부터 12월 27일까지 4개월간 사단법인 평화나눔회를 통해 파주, 연천, 김포 등 도내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도민 중 6.25 전쟁 이후 1950~2010년대까지 지뢰·불발탄으로 피해를 입었던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는 도내 지역별 데이터, 문헌(신문 등)자료, 신고 및 제보 등을 토대로 발굴한 637명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전화 및 방문을 통한 면접·설문을 실시, 사고원인이나 배상 및 소송 유무, 사고 후 생활환경 등 세부 피해실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총 조사 대상자 637명 중 지뢰사고 피해자는 291명(45.7%), 불발탄 피해자는 346명(54.3%)으로 확인됐으며, 이중 남성 피해자가 579명으로 약 91%를 차지했다.

사고발생은 6.25 전쟁 이후인 5~60년대 63%(321명)가 피해를 입었고, 70년대 15%(94명), 80년대 13%(86명), 90년대 3%(16명) 순으로 확인됐다. 가장 많은 피해 연령대는 10대 이하 어린이·청소년으로 약 51%(324명)로 조사됐다.

전체 사고자의 47%(301명)는 사고로 사망했으며, 53%(336명)의 생존자 역시 다리·손 절단, 실명, 청각장애 등 중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많은 생존자들이 우울증(30%), 불면증(21%), 악몽(18%), 알코올중독(6%)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고 가정의 48.8%가 생계곤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 같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응답자의 54.6%가 생계비 지원, 37.9%가 의료비(의료 보장구, 약물치료, 정신적 치료 등)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반면에 피해자의 99%(628명)가 사고를 당했음에도 관련 절차를 몰라 보상청구 또는 소송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많은 피해자들이 고령으로 죽기 전 ‘안보’라는 대의를 위해 겪어야만 했던 희생을 국가와 사회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했다. 이에 경기도는 한명도 빠짐없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들에게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절차를 안내했다. 국방부 측에도 조사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며, 현 제도상 지원제외 대상인 불발탄 피해자들 역시 법에 의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 등에 건의할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가 특별한 희생을 감내해온 지뢰·불발탄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방안 마련과 사각지대 해소의 단초가 될 것”이라며 “다가올 평화시대를 대비한 한반도 지뢰문제 해결에 소중한 자료로 사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의정부=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