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직원들이 전염병이 퍼지기 쉬운 업무 환경을 전하며 강력한 방역대책을 촉구했다.
7년 이상 콜센터에서 근무한 정성희씨는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상담사들은 아무래도 온종일 통화를 하다 보니 기관지 쪽이 평소에도 약하다”며 “상담사들이 원래도 감기나 독감에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전염병이 퍼지기 쉬운 콜센터 업무환경을 지적했다. 그는 “한 팀당 20~30명 정도 있다. 고객센터 크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평균 200~300명이 한 층에 있다”며 “팀에서 1~2명이 (감기에) 걸리면 3~4일 뒤 반 이상이 같이 기침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파티션이 세 면을 막고 있기 때문에 옆 사람에게 침을 튀길 가능성은 적지 않냐’고 묻자 정씨는 “통화 중에도 기침이 나면 옆으로 방향을 틀어서 기침하거나 업무 관련해서 관리자와 컨펌을 받는 등 (자리를 벗어나) 말을 한다”며 “충분히 감염이 퍼질 수 있는 환경이다”라고 답했다.
“휴게 공간에서 함께 도시락 먹는 문화도 있냐”라는 진행자 질문에는 “급여가 녹록지 않기 때문에 도시락을 챙겨서 오는 경우들이 있다. 또 상담 시간에 따라서 식당을 가기에 애매한 경우가 많아서 안에서 간단히 먹는다”며 “감정 노동자이기 때문에 서로 옹기종기 모여서 밥을 같이 먹고 얘기하면서 스트레스 해소가 되고 업무 공유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씨는 마스크 착용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저희 쪽에서도 예방 차원으로 마스크를 권장했다. 저희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를 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말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숨쉬기가 답답했다. 산소가 부족해서 어지러운 적도 있었다. 고객님들도 소리를 더 크게 내달라고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상담할 때는 계속 벗게 되더라”고 말했다.
정씨는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물론 재택근무로 업무를 하고 싶다. 하지만 고객센터 특성상 고객님들의 개인 정보보호에 대해 서약을 하고 근무를 한다”며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개인정보를 다루는 근무자들은 최소한의 인력을 남겨서 사무실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정씨는 콜센터 집단감염 사건 이후 달라진 업무환경도 전했다. 그는 “지그재그 형식으로 1m씩 떨어져 자리를 재배치했다. 마스크도 힘들더라도 착용할 수 있게끔 한다. 점심시간에도 마주 보지 않고 밥을 먹는 거로 급하게 변동됐다”고 전했다.
10년 차 콜센터 직원 상담원 A씨도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터질 게 터졌다. 콜센터 환경이 누군가 한 명이 걸리면 집단으로 정말 전파력이 어마어마하게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모두 인지하고 있다. 불안하지만 폭탄을 껴안고 불구덩이에 맨날 뛰어든다는 느낌, 그런 심정으로 하루하루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콜센터 직원들을 위한 강력한 방역대책과 피해 보상을 촉구했다. A씨는 “만약 콜센터 상담원들이 일을 놓는다면 전국에 엄청나게 많은 일이 마비될 것이다”라며 “지금부터라도 원청 또는 하청에서 강력한 방역대책, 그것부터라도 먼저 시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터졌을 때 오로지 피해를 받는 건 상담원들이다. 이들은 회사에서 지시를 받고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라며 “피해 강구에 대한 대책,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보호해주는 그러한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0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에 있는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구로구 콜센터 집단 감염 사태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날 0시 기준 90명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어 “90명은 (콜센터가 있는) 11층 직원 207명과 그 가족 중에서만 나온 숫자”라며 “그 건물의 다른 콜센터 직원 550명 등 다른 층 사람들도 검체를 채취해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