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폐지 방침’과 함께 뛰기 시작한 강남구 전셋값

입력 2020-03-11 09:59 수정 2020-03-11 10:05

지난해 자사고·외고 폐지 방침이 본격화한 하반기 이후 강남·송파·양천구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사고 폐지와 입시제도 변화로 인해 명문 학군을 갖춘 주요 아파트들의 전세물량이 감소한 것과 입주물량이 적다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큐레이션사인 경제만랩이 KB부동산의 주택가격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강남구의 3.3㎡당 아파트 평균전세가격은 지난해 6월 2770만원 수준에서 지난 2월 3028만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간 9.32% 상승한 것이다. 이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 평균 상승률(4.26%)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상위 5곳 중 4곳이 강남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 송파구의 3.3㎡당 아파트 평균전세가는 2004만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2월에는 2128만원으로 6.18% 상승했다. 이어 양천구는 5.87%으로 상승했고, 서초구와 광진구도 각각 5.83%, 5.15%로 집계됐다.

이 같은 아파트 전셋값 상승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하는 ‘대치아이파크’ 전용 59.9㎡은 지난해 6월 8억에 거래됐지만, 올해 2월에는 10억5000만원에 거래돼 8개월 만에 2억5000만원이나 상승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엘스’ 전용 84.8㎡의 경우 지난해 6월에만 하더라도 8억5000만원에 전세거래가 이뤄졌지만, 올해 2월에는 10억5000만원으로 거래돼 2억이나 뛰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목동신시가지7’ 전용 101.2㎡는 지난해 6월 6억8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2월에는 8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1억 7000만원 상승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입시제도가 개편되면서 학군이 뛰어난 입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 물량 부족현상으로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대출과 세금 부담이 커져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수요와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청약 대기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전셋값이 한동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1월 외국어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 3개 고등학교 유형을 완전히 없앤다고 발표했다. 이어 오는 2025년부터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통과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설립 근거를 삭제하고 관련 규정을 정비해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